공상과학 영화… 感性으로 진화하다

父女의 애틋한 정 ‘인터스텔라’
화성에 홀로 남은 인간 ‘마션’
외계인과 소통 다룬 ‘컨택트’
화성 소년의 사랑 ‘스페이스…’

황당무계한 과학적 공상 탈피
가족애·로맨스 등 감성코드로

공상과학(SF) 영화가 진화하고 있다. 가족애와 로맨스 등 감성 코드를 담아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이라는 본뜻보다 센시티브 필름(sensitive film)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변모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 기술이 발달하며 등장한 SF물은 ‘변방’ 장르로 인식돼오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소재가 다양해지며 주류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초기 SF물은 황당무계한 과학적 공상을 펼쳐 보이며 미래에 변화할 인간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우주에 고립된 과학자가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2013년)를 시작으로 부녀의 애틋한 정을 보여주며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런·2014년), 화성에 홀로 남은 우주인을 통해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준 ‘마션’(감독 리들리 스콧·2015년) 등 차별화된 SF물이 연이어 나왔다.

올해는 외계인과의 소통을 다룬 ‘컨택트’(감독 드니 빌뇌브)가 2월 개봉해 큰 인기를 모으며 흥행 성공을 거뒀다.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와 이론물리학자 이안(제러미 러너)이 지구에 온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해독해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외계인과의 대결에 집중한 기존 SF물과 차별화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신선하다” “평화롭고 신비한 분위기” 등의 평을 쏟아냈다.

16일에는 화성에서 태어나 자란 소년이 지구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감독 피터 첼섬·12세 이상 관람가)가 관객을 찾아온다. 이 영화는 화성 소년이 지구로 와 사랑에 눈을 뜨고, 친부를 찾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화성 거주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화성에 조성된 ‘이스트 텍사스’로 간 나사(미항공우주국) 소속 여성 우주인이 그곳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출산 후 사망한다. 화성에서 홀로 자라 16세가 된 가드너(에이사 버터필드)는 첫 지구 여행에서, 화상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소녀 툴사(브릿 로버트슨)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중력 상태에서 자라 심장이 약한 가드너는 지구 중력에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도 어머니가 남긴 사진 한 장을 들고 툴사와 함께 친부를 만나기 위해 나선다. 가드너가 낯선 환경에서 툴사와 가까워지는 과정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전개되며 ‘스페이스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졌다. 제작진은 화성 이주 이론의 권위자와 나사의 도움을 받아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펼쳐냈다.

SF물의 변화에 대해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우주 공간의 개발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많아지고 그것이 실현되며 SF물을 만들 근거 팩트가 많아져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며 “또 인류가 지난 100여 년간 갈등과 반목을 반복하며 소모되고 있다는 반성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평론가는 이어 “SF물이 중심 장르로 전환되며 대중에 소구(訴求)하기 위해 내용이 쉬워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앞으로 나올 SF물은 ‘컨택트’류의 철학적 영화와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처럼 간결하고 대중적인 영화로 양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