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강예원 “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위로를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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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삶을 사는 내 모습과 닮은 영화라 끌렸어요.”

배우 강예원(사진)은 인터뷰 때마다 자신의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불안감은 배우로서 자신이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그는 올해로 데뷔 1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또 없으면 없는 대로 고통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그가 이번에 선택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15세 이상 관람가)에는 우리 사회가 희망을 제시해 사람들이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다.

16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그는 30세 중반이 되도록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고 편의점·PC방 점원을 비롯해 택시기사, 야쿠르트 아줌마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끊임없이 정규직에 도전하는 장영실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국가안보국에서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비정규직으로 취직했지만 2년의 계약 기간 만료 후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장영실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상관이 당한 ‘보이스피싱’ 사건 해결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한 장영실은 잠복근무 중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나정안 형사(한채아)와 얼떨결에 공조 수사를 하며 소동을 벌인다. 장영실과 나 형사가 수사에 나서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다.

강예원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행복지수가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누구나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힘든 삶을 위로해주는 영화예요. 나이가 좀 드니 약자에게 끌려요. 생각하는 폭도 넓어지고요. 그래서 이 영화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힘든 촬영이었지만 즐거웠어요.”

영화를 보면 그가 왜 “힘들다”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여러 작품에서 망가지는 연기를 해온 그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망가진다. 영화 내내 부스스한 머리 모양을 하고 땅을 기며 개 흉내까지 낸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자연스러운 게 예쁜 거죠. 오히려 제 연기가 영화 톤에 맞는 건지 헷갈렸어요. 달려드는 수캐를 달래는 장면을 찍으며 ‘이 개를 꼬셔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개나 사람이나 남자는 똑같아’라는 대사도 제가 만든 거예요(웃음).”

지난번 인터뷰 때 “불러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그에게 그 각오가 여전히 유효하냐고 물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이젠 좀 힘들어요. 매 순간 힘을 주고 살 수는 없잖아요.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좀 쉬고 있어요. 거기선 ‘강예원’ 그대로 보여주면 되니까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배우로서 뭔가 보여줘야지’하는 생각을 했는데 일을 해오며 그런 야망만으로 되는 일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요즘은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랬더니 삶이 편안해지네요.”

글·사진=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