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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4일(火)
로봇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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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구글에 알파고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공개된 인공지능(AI) ‘마젠타’는 80초짜리 피아노곡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첫 4개 음표만 주어진 상태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생성한 곡이다. 고흐의 화풍을 학습한 구글의 로봇 화가 ‘딥 드림’ 작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경매소에서 최고 8000달러(920만 원)에 팔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는 렘브란트와 같은 듯 다른 창작품을 내놓았다. 로봇이 신문기사를 쓰고, 사람을 진료한 지는 오래다. 일본에선 AI의 단편소설이 유력 문학상의 1차 심사를 통과했다.

로봇들이 인간의 영역을 깊숙이 파고들면서 낯선 질문이 쏟아진다. 로봇이 만든 예술작품에도 저작권이 적용되는 것일까. 미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두 다리로 전장을 누빌 수 있다. 무기를 장착하고, 명령을 내리면 인간 살상도 가능하다. 미국 등에서는 군사로봇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돼왔다. 로봇이 사람을 해쳐도 되는 것인가.

인간이 로봇을 대하는 관점은 투 트랙이다. 하나는 기술 발전의 시각이다. 대다수 국가는 AI·로봇 기술이 차세대 국운을 가를 것으로 보고 총력을 집중해왔다. 자국민을 먹여 살릴 자원인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비관론이 세를 키워가고 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난주 “AI·로봇이 급성장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도 “AI는 인류의 미래에 가장 위협적인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로봇은 일터에서 인간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5년 국내 근로자 중 1600만 명이 AI에 일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선 자율운행차와 ‘아마존고’가 운전기사, 마트 직원의 생계를 위협하기 직전이다. 변호사·회계사·통역사 같은 전문직이 더 떨고 있다. 빌 게이츠는 “기술 발전에 반대하기보다는 일하는 로봇에 소득세·사회보장세 등을 물리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로봇세(稅)’다.

고도의 지능과 자아를 갖춘 로봇은 기계인가, 인격체인가. 유럽연합(EU) 의회는 올해 초 일단 ‘전자인간’이란 중간 결론을 냈다. 로봇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첫 사례다. 호킹은 세계 단위의 규제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로봇과 공존할 ‘룰’을 만들기 위한 본격 논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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