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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4일(火)
틸러슨의 ‘敵陣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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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적진(敵陣) 담판’이 중국에서도 통할까. 틸러슨 국무장관이 15∼19일 4박 5일 동안 한국·일본·중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동북아 3국 방문은 이르면 이달 안에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상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는 길에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입장을 조율한 뒤, 중국과 담판을 지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틸러슨 장관이 많은 비판에도 이번 방문에 미국 언론을 동행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중국과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 없으며, 자신의 주특기인 ‘힘과 이익에 의한 압박’ 협상을 벌일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엑슨모빌 CEO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에너지 업계의 특성상 러시아·리비아·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국가들과 협상한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독재자나 스트롱맨과의 ‘힘을 통한 담판’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리비아 사막의 전통 텐트 속에서 무아마르 카다피를 만나 리비아 심해 유전 개발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2011년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당시 총리)와의 직접 담판을 통해 러시아 북극해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내기도 했다. 틸러슨 협상의 주 무기는 말이 아닌 현찰 등 구체적 이익이다.

그러나 거래에 실패했을 때 보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업자가 안 되면 주먹으로 때려눕히는 셈이다. 2006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당시 대통령이 22개 석유회사를 국유화할 때, 다른 석유회사는 협상을 통해 일부라도 챙기려 했다. 그러나 틸러슨은 협상을 거부하고 국제중재재판소에 베네수엘라 정부를 제소해 16억 달러 배상을 얻어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유전에 투자하려던 돈을 2015년 베네수엘라 인접국인 가이아나 유전 개발에 투자했다. 기술 부족으로 독자적 신(新)유전 개발에 실패한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이했다. 최근에는 국민 평균 체중이 줄어들 정도의 식량난까지 겪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일 사드를 한반도에 전격 전개하더니, 7일 북한·이란과 불법 거래를 한 혐의로 ZTE(중싱통신)에 11억9200억 달러 ‘벌금 폭탄’을 투하했다. ‘만만한’ 한국만 괴롭히고 있는 중국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여기에다 화웨이(華爲) 제재, 중국 기업에 대한 전면적 세컨더리 보이콧,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중국에 대한 대대적 보호무역 조치 등의 카드를 내비치며 압박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이번 틸러슨 방문을 미·일 동맹 강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2개월짜리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결국 차기 정권에 달렸다. 노무현 정권 시절엔 삐걱거리긴 했지만, 이라크 파병 문제, 한·미 FTA 등 현안을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었다. 당시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눈은 아시아를 향하고 있다. 이번 틸러슨 방중 결과와 한국 차기 정권의 대응에 따라 한반도 상황은 정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치달을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sj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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