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불복’ 후폭풍>힘받는 적폐청산… 동력약화 대연정론

강성 文·李 유리, 온건 安 불리
민주당 경선 판도 흔들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적폐청산론’의 당위성이 다시 힘을 받는 형국이다. ‘대청소’와 ‘대개혁’을 외쳐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덩달아 힘을 받지만 ‘대연정’이나 ‘대통합’을 주장해온 안희정 충남지사는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재결집 움직임에 대해 “(이들이) 극우 수구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듯하다”며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거짓 사실을 유포해 수구 보수 세력을 재결집하려는 건 역사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이후 안정과 통합의 프레임을 제시하며 국정안정을 강조해왔지만, 박 전 대통령과 친박세력들이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고 세력 재결집을 도모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개혁과 청산의 메시지를 들고나온 것이다.

문 전 대표 캠프의 김경수 대변인도 이날 통화에서 “시대적 과제는 누구의 존재가 중요한 게 아니고 국민의 요구가 제일 중요한 것”이라며 “국민이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있으며 통합 또한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하길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 혁명 완성을 위한 ‘6대 개혁과제’를 제안하며 “탄핵은 완성됐지만 청산과 건설은 이제 시작”이라며 적폐 청산을 민주당 경선 본선의 승부수로 띄운 바 있다.

반면 대통합과 대연정을 핵심 가치로 제시해 온 안 지사는 입지가 애매해지는 상황이다. 안 지사는 13일 경선 후보등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친박 세력은 청산의 대상이냐 연정의 대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공당이 연정 대상”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친박이 삼성동에서 재결집하게 되면 이번 대선은 진보와 친박의 싸움이 된다”며 “다른 보수나 중도, 제3지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진다”고 전망했다. 이어 “친박이 결집하면 진보도 결집하게 되면서 결국 중도 노선을 취해온 안희정·안철수·김종인 등에게 불리한 형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