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治와 協治로 국가위기 넘자>美 오바마, 與小野大서도 초당외교… 獨, 1949년 이후 ‘연정’ 없었던 적 없어

해외 협치 사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후 국론이 분열된 위기 상황에서 협치를 통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14일 극한 대치 속에 대타협을 이뤄냈던 국내외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해외 사례=대통령중심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심판 성격이 있는 중간선거를 거치면서 대부분 여소야대를 경험했다. 하지만 여당이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정국을 풀어 나가는 협치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과의 담판을 통해 복지개혁안을 관철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차지했지만 이란 핵 합의,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등 굵직한 외교 현안을 매듭짓는 성과를 보였다.

유럽 주요 국가는 권력 구조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총선을 통해 다당제가 정착되고 개헌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협치와 연정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독일 등 의원내각제 국가나 프랑스처럼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결합한 이원정부제 국가는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연정이나 좌우 동거정부를 구성해 난관을 헤쳐 갔다.

독일은 1949년 이래 단 한 차례도 한 정당이 홀로 집권한 적이 없고 줄곧 연정을 시행했다. 다수당이 대연정을 하거나 정책과 이념이 가까운 당이 소연정을 하는 방식이다. 2013년 출범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기 정권은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으로 최저임금제를 최초로 단행했다. 이는 사민당 의제였지만 기민·기사당 연합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메르켈 등장 이전인 1998∼2005년에 집권했던 사민당과 녹색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연정은 당시 야당인 보수 정당에 걸맞은 복지 축소와 고용 유연화로 유명한 ‘하르츠 개혁’을 했다.

좌우 동거정부를 구성하며 협치해 온 전통이 있는 프랑스는 1958년 이원정부제 출범 이후 대통령과 총리의 정당이 다른 동거정부가 세 차례 나왔다. 아일랜드에서는 2015년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원내 1당 통일아일랜드당과 제2당인 공화당이 손을 잡고 사상 첫 ‘여야 협치 모델’을 도입해 예산안 편성 단계에서부터 공화당 개입을 약속했다.

이원정부제의 이상형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는 좌우 극한 갈등에 대한 실패 경험으로 강력한 정당 간 대연정이 이뤄진다. 교육부총리를 지낸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오스트리아는 중도통합형 리더십을 통해 효율적인 갈등 관리와 체제 통합을 이루면서 국정을 합의적으로 관리했다”고 밝혔다.

◇국내 사례=우리나라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모든 정당이 자체적으로는 국회법상 쟁점 법안 통과 마지노선인 180석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치와 연정이 필수 요소로 등장했다. 지난해 6월 원내교섭단체인 여야 3당은 20대 국회 첫 임시회가 소집된 지 하루 만에 원 구성 협상을 완료해 13대 총선 이후 평균 51일가량 걸렸던 원 구성을 49일이나 앞당기면서 협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정 시도 역시 수차례 있었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대통령 후보로 하고, 초대 국무총리는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로 한다는 ‘DJP 연합’이 결성된 바 있다. 2005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안희정 충남지사가 13일 대연정을 전면에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고,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12일 “모든 대선주자가 참여해 협치, 연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