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前 문체부장관 “블랙리스트 관여 인정”

“지시 따르지 않기 어려워”
朴 前대통령에 책임 떠넘겨

문화예술계 인사 1만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이 ‘대체로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황병헌)의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 측 변호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김 전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나 이념 편향성이 있는 예술에 대한 지원은 제한하는 게 맞지 않으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그런 신념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통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말해 책임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이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 작성 실무를 맡은 만큼, 자백하면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차관 측 변호인도 이날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며 “단, 피고인의 관여 범위 등 불명확하게 기재된 공소 사실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변론 과정에서 적절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만이 혐의를 인정했다. 피고인들은 이날 준비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 과 단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전 장관은 노태강 전 체육국장 등 문체부 국장 3명에 대해 부당한 인사 조처를 한 혐의도 받는다.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에게는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위증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는 없고, 지시나 보고도 받은 바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서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했다. 검찰은 신 회장을 불러 최 씨 등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었지만 최 씨 측이 13일 신 회장에 대한 검찰 진술 조서에 대해 증거 동의를 하면서 증인신청이 취소됐다. 앞서 검찰은 같은 이유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한 바 있어 최 씨 재판에 나오게 될 대기업 대표로는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KT 황창규 회장이 남게 됐다.

이후연·정철순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