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재선임 반대권고 봇물… 주총 흔드는 ‘崔게이트’ 여진

17일 178개사 일제히 개최
기업지배구조硏·진보단체서
미르 등 관련자 재선임 반대

“檢 조사도 안받은 기업인을
범죄인 취급하는건 부적절”
전문가 사이 비판의견 많아

재계가 오는 17일 ‘슈퍼 주총데이’를 앞두고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여진’에 시달리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에 관여한 대기업의 사내·외 이사의 재선임 여부 등을 놓고 진보 단체들이 소액주주나 외국인 투자자를 등에 업고 경영진을 압박하려 ‘반대 권고’ ‘배당 확대 권고’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인 데다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을 해야 하는데도 범죄인으로 매도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178개사가 이날 일제히 주총을 연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대기업 사내·외이사 재선임 건과 관련해 무더기로 반대 권고를 낼 방침이다. 이와 관련, 오는 17일 정기주총을 여는 LG디스플레이는 하현회 ㈜LG 대표를 비상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그러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LG그룹 계열사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출연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할 것을 권고키로 했다. 강요에 의한 기부라고 하더라도 정경유착과 회사 평판 훼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같은 날 예정된 LG전자 주총 안건인 정도현 LG전자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도 같은 이유로 반대 권고를 내기로 했다.

이 연구소는 역시 같은 날 정기 주총을 여는 아모레퍼시픽의 김성수 감사위원 재선임 건과 현대모비스의 이병구 감사이사 재선임 건에도 반대 권고를 하기로 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사전 방지는 물론 사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연구소 측은 비판했다.

이 연구소뿐만 아니라 경제개혁연대 등 진보단체들이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태세여서 이번 주총데이 현장 곳곳에서 사내·외 이사 재선임 안건을 놓고 진통이 따를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일부 소액주주의 반대로 송광수 전 검찰총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사외이사 선임 건을 놓고 표결이 진행된 바 있다.

조사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의혹만을 갖고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겸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은 “기소를 당하고 재판을 받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는데도 조사도 받지 않은 기업인을 벌써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과도한 비판”이라면서 “다들 피해자인데 이번 사건에 엮여 들어간 것만으로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은 반시장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현금배당 액수를 더 높이자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여는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016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총 3조8503억 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의 특성상 삼성전자의 이번 위기를 배당금 확대 기회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 상승이 발목 잡힌 점 등을 이유로 기존에 결정된 배당금보다 높은 액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