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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5일(水)
비단 멍게 냉채, 채소 위에 비단멍게 살포시… 입안 가득 바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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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게의 주황빛 속살과 초록 채소의 대비로 시각적으로도 봄의 화사함이 가득한 ‘비단 멍게 냉채’. 전통주를 한잔 곁들이면 봄날의 운치와 흥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벌써 3월이 중순으로 접어든다. 햇볕 좋은 날 오후에는 몸이 나른하고, 봄날의 불청객인 춘곤증도 살짝 찾아온다. 이럴 때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메뉴 한 가지가 계절의 변화를 이길 활력을 더해준다.

이 시기에 입맛을 돌게 하고, 영양적으로도 좋은 식재료가 있다. 바로 쌉쌀하면서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봄 바다의 꽃, 멍게다. 해양수산부가 추천하는 3월의 해산물이기도 한 멍게는 3월에서 5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은데, 바다 수온이 적당히 올라가면 글리코겐의 함량이 높아져 봄철의 멍게는 특히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멍게를 좋아해 많이 먹고 자랐는데, 멍게라는 이름보다 사실 ‘우렁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멍게를 우렁쉥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둘 다 표준어로 쓰인다.

멍게는 서양에서도 식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멍게의 뾰족뾰족한 돌기가 파인애플 모양과 비슷해 ‘바다의 파인애플’로 비유되기도 하며, 영어로는 ‘바다의 물총(sea squirt)’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불린다. 멍게에서 물총처럼 물이 나오는 것을 포착해 이름을 붙인 듯한데, 나도 어릴 적 멍게로 누나에게 물총 장난을 많이 쳤던 기억이 나서 영어 이름도 꽤나 정겹다.

멍게는 전 세계적으로 종류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붉은 멍게, 비단 멍게, 돌 멍게를 주로 식용으로 사용한다. 붉은 멍게는 보통 가장 흔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멍게로 상당수 양식으로 키운다. 생후 3~4년가량 자란 것이 향이 상큼하고 뒷맛이 달콤해 가장 상품으로 여겨진다.

돌 멍게는 표면이 거칠고 회색을 띠어 정말 돌 같이 보이는데, 매우 진한 바다 내음을 담고 있어 애주가들은 돌 멍게를 먹고 난 후 껍질에까지 소주 한 잔씩 부어 남은 향을 음미해 마실 정도로 풍미가 좋다. 주로 자연산으로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많이 보지 못한 멍게 중 하나가 바로 비단 멍게다. 비단 멍게는 뾰족한 돌기가 없이 매끈하고 비단 또는 벨벳처럼 고운 표면에, 강렬하고 고급스러운 붉은 색감을 가졌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멍게 중에 가장 자태가 곱고 화려하다. 비단 멍게 역시 대부분 자연산으로 채취하는데, 특히 비단 멍게는 동해에서 많이 난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으나, 난 멍게 중에 비단 멍게를 가장 좋아한다. 비단 멍게는 음식에 올려내면 선명한 주황 색감으로 시선을 압도하면서도, 멍게의 쌉싸래한 맛이 강해 식욕을 한껏 돋워 준다.

보통 멍게로는 멍게 회, 멍게 비빔밥, 멍게 젓갈 등을 많이 해서 먹는데, 이번에는 비단 멍게의 쌉싸래한 향과 풍미를 고스란히 살릴 수 있는 ‘비단 멍게 냉채’를 소개하려 한다. ‘비단 멍게 냉채’는 신선한 비단 멍게와 제철 채소를 상큼한 소스에 버무려 먹는 메뉴로, 입맛 없는 봄에 샐러드처럼 식전 메뉴로 먹기에 좋고, 와인이나 전통주와도 굉장히 잘 어울려 간단한 안주로 활용하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기호에 맞는 봄나물이 있다면 냉채에 함께 넣을 것을 권한다. 나는 울릉도에서 많이 자생하는, 봄 제철 전호나물을 좋아하는데, 멍게 냉채에 넣으면 독특한 전호나물의 맛과 비단 멍게의 알싸한 맛이 잘 어우러져 전체적인 풍미가 살아난다. 이처럼 기호대로 미나리, 세발나물 등 원하는 봄나물을 넣으면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냉채 메뉴로 거듭난다.

접시에 취향대로 준비한 채소를 담고 비단 멍게를 올리면 그야말로 보기만 해도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 듯하다. 비단 멍게의 화려한 주황빛 속살과 제철 초록 채소의 대비로 시각적으로도 봄의 화사함이 가득하다. 그 맛은 어떨까? 비단 멍게와 봄나물, 배 등을 한 젓갈에 고루 집어 입속으로 넣으면 먼저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소스 맛이 침샘을 자극하고, 봄나물의 향과 비단 멍게의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진다. 말랑하면서도 쫀득한 비단 멍게는 씹을수록 달다. 여기에 과일 향 나는 전통주를 한잔 살짝 곁들이면 봄날의 운치와 흥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오늘 저녁 식탁에 바다의 맛을 가득 담은 비단 멍게를 한번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비단 멍게로는 냉채 외에도 멍게 초밥, 멍게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어도 풍미가 일품이다. 봄의 미각을 깨우는 비단 멍게로, 나른한 봄 청량한 바다의 맛과 기운을 느껴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주재료

비단 멍게 3개, 배 1/4개, 미나리 3잎(전호나물 등 봄나물 대체 가능), 밤 2개, 홍피망·오이 1/4개씩, 대파 1/4개 , 소스재료(양조식초 3큰술, 설탕 1과 1/3큰술, 레몬즙 1큰술, 소금 1/2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만드는 법

1 멍게는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후 절반을 자르고 멍게에서 나온 물을 따로 받아 놓는다.

2 절반을 자른 멍게는 내장을 훑어서 손질하고 1의 따로 받아 놓은 멍게 물에 다시 담근다.

3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미나리와, 껍질을 제거한 배는 4~5㎝ 길이로 자른 후 채 썬다.

4 소금으로 문질러 가시를 제거한 오이와, 손질한 대파를 4~5㎝ 길이로 자른 후 채 썰어 놓는다.

5 밤은 껍질을 제거하고 편으로 썰어 놓는다.

6 홍피망은 씨를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7 소스는 큰 수저로 계량하고 설탕과 소금이 녹을 수 있도록 충분히 섞는다.

8 3·4·5·6에서 준비한 모든 채소를 합해 보기 좋게 담은 후 2의 비단 멍게를 올리고, 7의 소스를 뿌려 낸다.

조리 Tip

1 멍게는 크기가 작은 멍게보다 큰 멍게가 맛이 좋다.

2 멍게를 손질할 때 멍게에서 나온 물을 버리지 말고, 마지막에 그 물로 헹구면 멍게 향이 더 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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