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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5일(水)
아이들 재잘재잘… 쪽지로 소통… 사람냄새 나는 책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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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위한 공간이었던 도서관이 최근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여러 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뉜 경기 용인의 느티나무 도서관이 대표적이다. 영화를 볼 수 있는 모퉁이, 만화를 읽을 수 있는 계단 아래, 놀이기구 같은 원두막 등이 즐거움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

도서관이라 하면 나무로 된 큰 책상이 배치되어 있고 책으로 가득한 서가들이 미로를 이루고 있는 공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보고 싶은 책을 찾으려고 서가를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책에 쓰인 작은 분류기호들이 알 수 없는 암호처럼 느껴져, 결국 사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도서관의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앞으로 뻗는 행동 따위는 허용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끄러운 음악과 사람들이 오가는 대형서점의 독서 코너와 간단한 음식과 맥주까지 제공하는 동네서점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책을 읽는 행위와 조용함이나 엄숙함은 관계가 없는 듯 보인다.

전통적인 도서관이 책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요즘 도서관은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의 도서관이 장서 수와 도서관의 크기가 자랑이었다면 지금은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함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전문적인 도서관의 경우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구보다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그 정보는 여행이나 요리가 될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런 정보들은 딱딱한 의자보다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기고 읽는 것이 더 어울린다. 아예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배를 깔고 누워 만화책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는데 용인에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용인의 느티나무 도서관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동네에 있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이들이 떠들며 나오는 곳에 도서관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흔들의자다. 이 흔들의자는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쉼터이다. 내가 방문한 날에도 3명의 여자아이들이 흔들의자에 앉아서 재잘거리고 있었는데 그 누구도 시끄럽다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 뒤 벽면에는 느티나무 도서관이 내세우는 서비스 헌장이 적혀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지는 않겠습니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하였지만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그 의미를 차차 알게 되었다.

▲  도서관 입구에 설치된 흔들의자. 이 의자는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쉼터다.

느티나무 도서관의 공간은 작은 단위로 나뉘어 각각의 공간마다 특별한 형태와 서가를 갖추고 있는데 영화를 볼 수 있는 모퉁이 공간과 계단 아래를 활용한 만화 보기 전용공간도 있다. 도서관 가장 높은 곳에는 놀이기구 같은 원두막이 설치되어 있다. 이 특별한 공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는데 느티나무 도서관의 진짜 매력은 구석구석 붙여놓은 쪽지에 있다. 서가 위에 전시대를 두고 주민들이 읽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놓아두라는 쪽지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읽은 느낌을 전하는 비망록 작성요령, 무료책자를 가져가도 좋다는 내용과 책 읽기, 새 책 라벨링, 책 정리 봉사자를 구하는 글, 심지어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요청하는 쪽지까지 도서관 여기저기에서 도서관을 찾은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끊임없이 건네고 있다. 쪽지 글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 내용대로 하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이다. 이용자를 왕으로 모시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이용자들을 파트너로 여기고 함께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느티나무 도서관의 노력이 담겨있는 글귀였다.

서가의 분류도 재미있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을 분류체계와 관계없이 모아놓는 코너가 있는가 하면 낭독회와 독서회에서 교재로 사용한 책을 모아놓은 서가도 있다. 계단 한쪽에는 정체불명이라는 제목을 가진 서가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사서들이 읽고 있는 책을 예쁜 종이로 소개하여 새로운 책 읽기를 권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더는 보지 않는 책을 기증받아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책 나눔 행사도 진행하고 있는데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느티나무 도서관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사진기를 들고 도서관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내가 이상했는지 한 아이가 말을 건다. “아저씨, 여기 처음이세요? 책 빌리는 거 알려드릴까요?” 제법 진지한 아이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행복함을 느꼈다. 따듯한 햇볕이 가득하고 행복한 아이들이 있는 이 도서관이, 느티나무 도서관이 있는 이 동네가 이사 가고 싶을 정도로 부러웠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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