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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 마을 문화재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5일(水)
헌법재판소 백송, 선비의 절개와 순수성 상징… 600년 된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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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재동 83번지에 있는 헌법재판소는 지난주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공간이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선언하며 모든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헌재는 1989년 지금의 자리에 세워졌다. 이전에는 창덕여고와 경기여고 터였다. 그보다 앞서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훨씬 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게 있다. 바로 헌재 뒤뜰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8호 ‘백송(白松·사진)’이다.

흔히 ‘재동 백송’으로 불리는 이 소나무는 수령이 약 6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높이 17m, 밑동 둘레 약 4m로 다른 백송보다 큰 편이다. 밑부분 약 75㎝ 지점부터 나무줄기가 2개로 갈라져 자라고 있다. 한눈에 봐도 흰색이 뚜렷하다.

어린 백송은 처음에 회청색을 띠는데 자라면서 점차 껍질이 벗겨져 회백색을 띠게 된다. 대체로 수령이 오래되고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흰색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잎의 모양도 일반 소나무와는 다르다. 백송은 길이가 짧은 잎이 3개씩 달린 삼엽송(三葉松)이지만 일반 소나무는 이엽송(二葉松)이다.

따라서 백송은 소나무 중에서도 희귀종으로 통한다. 원래 세계적으로 중국의 중·북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데다가 생육이 느리고 번식력이 약해서 증식이 어려운 수종이다. 재동 백송 역시 중국에서 들어왔다. 조선 시대에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가져다 심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송은 12그루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7그루가 고사했고, 현재는 5그루만 남아 있다. 재동 백송을 포함해 조계사 백송(천연기념물 제9호), 고양 송포 백송(천연기념물 제60호), 예산 용궁리 백송(천연기념물 제106호), 이천 신대리 백송(천연기념물 제253호) 등이다. 이 중 재동 백송이 가장 오래됐다.

백송은 여러모로 헌재와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소나무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해 대대로 선비의 높은 절개에 비유됐다. 여기에 흰색이 지니는 신성성과 순수성을 더한 백송이야말로 최고 헌법기관인 헌재에 어울리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신달자 시인은 ‘재동 백송’이라는 시에서 백송의 역사성과 민족성을 노래했다.

“그 옛날 창덕여고/ 내가 처음으로 ‘선생님’이란 말을 듣던 교생 시절/ 인생이 철철 눈부심으로 차오르던 스물한 살/ 지금은 이름도 무거운 헌법재판소다// 아침마다 산책길에 한 번 인사하고 귀가 시간에도/ 고개 숙이고 지나가는 백송 한 그루/ 저분이 우리나라 역사를 바라보면서도/ 그 흰빛을 잃지 않은 오직 대한민국의 빛(…)// 두 갈래로 나뉜 저 백송이 한반도의 지도를 만들었는가// 흰 호랑이의 흔적일까 오백 년 선비의 두루마기 옷자락인가.”

재동 백송보다 수령이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통의동 백송이 1990년 고사한 후 나이테를 분석해본 결과 1910년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나무의 성장이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는 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라 빼앗긴 설움에 백송마저도 자라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탄핵되던 날, 재동 백송의 성장은 어떠했을지 새삼 궁금하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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