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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5일(水)
“개룡이여, 안녕”…오디션 시대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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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하며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가수이자 성악가로 우뚝 선 폴 포츠. 지난 2014년 내한한 그를 인터뷰했습니다. 행복의 비결을 묻자 그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고 충고했죠. 나와 남의 성공 기준이 다른 만큼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당시 이 이야기를 듣고 혼자 속으로 킥킥댔던 기억이 납니다. 남들과 비교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인생역전에 성공한 그가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괜히 재미있었죠. 따지고 보면 승패가 갈리는 맞대결만큼 흥미로운 건 없습니다. 한국 방송가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긴 시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한국에도 ‘제2의 폴 포츠’라 불리는 이가 있었습니다. 주최 추산 134만 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오디션 열풍의 불을 댕긴 ‘슈퍼스타K 2’(2010년)의 우승자인 보일러 배관공 출신 허각이 그 주인공이죠. 당시 그의 상대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 재학 중이며 미국 ‘아메리칸 아이돌’ 톱8에 올랐던 존박이었습니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결이었죠. 두 사람의 마지막 대결은 20%가 넘는 시청률을 거뒀고 모방작인 SBS ‘K팝 스타’와 MBC ‘위대한 탄생’이 잇따라 론칭됐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 높았던 이유는 ‘개천에 난 용’, 즉 개룡이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개룡이는 없다’는 뉴스에 익숙해졌습니다. 경제력이 넉넉한 부모 밑에서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유학한 후 사회 지도층이 된다는 기운 빠지는 소식이죠. 이는 인생을 금수저, 혹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비유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달랐습니다. 유력 연예기획사 출신이 득세하는 가요계에서 가창력 하나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이 열광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다시 시작된 겁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3분가량 기량을 뽐내고, 대중이 문자 투표를 통해 이를 평가할 수 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공정할 수 없는 대결에 대중은 몰두하게 된 거죠.

그러나 시간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K팝 스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슈퍼스타 K’는 올해 열리지 않습니다. 애써 “폐지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지만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죠. 솔직히 말해, 오디션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아쉬운가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영화 ‘트루먼쇼’(1998년)에서 30년간 보던 프로그램이 끝나자 대수롭지 않게 채널을 돌리던 이들처럼, 당신도 부지불식간 또 다른 프로그램에 빠져들 겁니다.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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