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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5일(水)
미국과 중국, 누가 어려울 때 친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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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국제부장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힘들 때 인간관계의 진면목이 드러나듯 국가관계도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 파면 및 사법처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은 국가적 불행이지만, 역설적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만에 ‘민주주의 2.0’ 시대를 열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해준 사건이기도 하다. 외교·안보의 측면에서도 국가 최고리더십 붕괴라는 위기의 국면이지만, 그렇게 어려울 때 어느 나라가 진짜 우방인지 구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진가를 안다(歲寒然後知松栢)’는 추사의 경구 그대로다.

박근혜 정부는 전임 이명박 정부와 달리 한·중 관계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탄핵 기간 중 중국이 보여준 모습에선 대국의 풍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정부는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롯데에 대한 융단폭격식의 보복을 하고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도 중단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방중 때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心信之旅)’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공을 들였고,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지만 중국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돌변했다. 북한이 맹독성 신경물질 VX를 동원해 김정남을 독살해도, 탄도미사일을 연쇄 발사해도 한마디도 못하면서 한국에 대해선 매섭게 몰아붙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인사들은 중국의 보복엔 눈감고 여전히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역할론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런 기대 자체가 무망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중유화론을 견지한다면 현대판 모화주의자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아시아에선 유일한 주요 7개국(G7) 멤버지만, 상대국이 어려울 때 더 강하게 압박하는 외교 행태는 중국과 흡사하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문제 삼아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를 중단시키고, 주한일본대사를 소환해버렸다. 한국의 탄핵정국에 자국 대사를 소환 조치하는 것은 상대가 어려울 때 더 몰아붙여 밟아 버리겠다는 소인배식 행동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맺은 것은, 독도 및 역사교과서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의 안보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공식적으로는 한·미·일 공조를 얘기하면서도 탄핵 국면을 한국 압박에 악용한 것이다.

안보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의 행보는 다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2월 취임 후 첫 해외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해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오는 17일 방한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각료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중국의 사드 압박, 그리고 일본의 한국 정부 흔들기 등 안팎의 위기에 내몰려 있는 한국인들을 안심시키고 한국 방어 의지를 재확인시켜주는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탄핵정국을 감안한 듯 방위비 분담 압박도 느슨해졌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와 관련된 압박은 계속되겠지만 양국 관계의 근본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탄핵정국이 대선 정국으로 전환되면서 정치권에선 사드 문제를 중심으로 미·중 편 가르기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인사들은 대놓고 사드 망국론을 펴며 대중·대북 유화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뉴욕타임스 인터뷰 보도 논란을 계기로 친미냐 반미냐는 고해성사식 입장 표명 문제가 대선주자의 성향 판별 기준으로 등장할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의 교묘한 한국 흔들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선 주자 판별 기준이 고작 ‘미국에 노(No) 할 수 있냐 없냐’가 된다면 곤란하다.

최소한 국가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의 광기를 고려하면 국가 안보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보강해도 모자랄 판이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자존심을 굽히더라도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우리에게는 ‘반미면 어때’라는 식으로 막연히 미국을 비판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중국의 비이성적 사드 보복에 반대하고, 북한의 VX 등 생화학무기에 반대하는 강단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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