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대선판>탄핵뒤 친박·진보 양극단 결집… 동력 잃어가는 제3지대

- 위기의 중도·보수

김종인, 정운찬·손학규 등과
내일 조찬회동 ‘빅텐트’논의
어제는 정의화·김무성과 만나

親朴 재결집에 진보측은 강공
여론 관심 적고 의원들 소극적
“날은 저물고 갈 길 멀다” 토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권이 요동치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제3지대 움직임이 오히려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승부수를 던진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좀처럼 세 결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각 당이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하기 전에 비문(비문재인)·반패권 연대를 매개로 3지대 형성을 위한 ‘원탁회의’ 구성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집권은 막아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정치적 가치와 이념, 노선이 다른 데다 서로가 대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어 진척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이 해체되지 않는 것도 3지대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14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들은 제3지대에 참여할 수 있는 인사들과 접촉해 제3지대 세력을 늘리는 데 집중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16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조찬 회동한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 정 전 의장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은 일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표가 이리저리 뛰면서 3지대 동참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여전히 일정한 지지를 받고 정치 진영이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중도보수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류를 기대했던 국회의원들도 제3지대 연대에 큰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에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다른 의원들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원탁회의의 주요 의제는 ‘개헌’이지만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 다르고, 민주당 호헌파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에서의 개헌안 통과도 요원한 상황이다.

한 제3지대 핵심 인사는 “타이밍이 많이 늦었다.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이라고 토로하며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제3지대 참여를 설득해 진보 진영 유력 후보와 맞설 수 있을 만큼의 세를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