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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6일(木)
‘패권’ 종식을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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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대선 국면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대선판이 진보 진영으로 심각하게 기울어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개헌 없이는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필연적으로 부를 패권주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재도약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패권의 시대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정치 세력들 간 ‘개헌 연대-선거 연합-집권 연정’으로 이어지는 ‘동맹’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첫 단계는 개헌 연대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시기에 군부 장기집권에 대한 안티테제로 등장했던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도입과 더불어 패권정치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전임자의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는 ‘무효화(undo)의 정치’와 승자독식의 논리 속에 화해와 타협 대신 저주와 복수가 이어졌다. 이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기에 동의하는 정파와 후보들이 오는 2020년부터 새 헌정체제를 열겠다는 결의를 내보여야 할 때다. 개헌 공약을 내걸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뒤 개헌안 국회 의결정족수인 200명을 채울 때까지 서명 의원 명단을 그때그때 언론과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두 번째는 선거 연합이다. 영·호남을 볼모로 대한민국의 정치를 독과점해온 듀오(duo) 폴리 체제를 끝내고 다당제에 기초한 협치를 할 의사를 표명한 후보들이 집권 전 대타협을 하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의 위축과 진보의 독주가 불러올 극단적 분열과 대립을 막기 위한 길일 수도 있다. 선거 연합의 구체적인 경로는 각 당이 경선 일정에 따라 공식 후보를 선출하되(4월 초), 국정 운영의 철학을 공유한 주자들이 대선후보 등록일(4월 15일) 전까지 단일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어느 한 편의 쉬운 승리는 국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한 보수가 있어야 진보도 건강해진다.

패권의 시대 종식을 위한 동맹의 마지막 단계는 집권 연정이다. 현재의 국회 의석 비율로는 누가 집권해도 소수여당을 피할 수 없다. 제왕적 권력이 제왕적 부정부패와 패권적 국정 운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면 차기 대통령에 대한 조기탄핵이 없으란 법도 없다.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음 대통령은 당선 즉시 선거 연합의 당사자들과 차기 정부의 개혁 과제를 분담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구성에 착수해야 한다. 다음 정부가 다원화한 정치제도와 분권과 협치를 기반으로 하는 ‘2020년 새 헌정체제’를 준비하는 3년짜리 과도정부이며 새 정치의 테스트베드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조선은 정조가 죽은 1800년 이후 탕평책이 끊기면서 특정 벌족(閥族)에 의한 패권정치로 정치·경제적 독점이 심화했고 일제에 강제 병합되기까지 100여 년간 패망의 길을 걸었다. 무서운 건 ‘속도’다. 그때 100년은 오늘날 1년일 수도 있다. 보수의 재건은 감감무소식이고, 진보는 줄 세우기에 혈안이 돼 있으며, 벌써부터 절대권력의 단맛을 본 일부 세력이 개헌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과연 패권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 엄습한다.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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