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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7일(金)
“보수 재결집해야 하지만 ‘낡은 朴’ 아닌 새 구심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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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과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7일 사회과학동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잠시 사색에 잠겨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에 앞서 그의 사상(思想)의 지향점이 알고 싶었다. 좌우를 넘나드는 그의 거침없는 발언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또 다양한 세력의 다양한 목소리가 혼합되는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학문으로 승화시키는 사회학자로서 그가 놓여 있는 좌표가 과연 어디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송호근(61)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분류하기도 하고, 중도 성향의 학자로 구분하기도 한다. 스펙트럼은 남보다 넓은 편이다. 송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서 자신의 ‘사상’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단서를 일부 흘리기는 했다. 그는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 좌파로 이동하고, 좌파 정권이 등장하면 우파로 옮겨 앉는 것이 지식인의 생리이자 자유인의 행동강령이다. 중용(中庸)에서 얘기해 주듯 시중(時中)의 논리, 또는 중심 이동의 미학인 셈이다”라고 밝혔다.


송 교수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처음 만난 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지난 7일 서울대 그의 연구실에서였고, 두 번째는 13일 추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송 교수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당시 ‘탄핵 정국’을 정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제’와 ‘용서’를 강조했다. “자제력의 벽을 높이 세우고, 분노를 다스려 관용으로 바꾸자”는 취지였다. 이해가 가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평가가 유효한지 궁금했다. 송 교수가 “이제는 갈무리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은 국가의 에너지가 고갈되니까 자제를 하고 이제는 다 용서합시다’, 이런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했던 말을 생각하며 13일 거듭 되묻자 그는 상당히 당혹스러워했다. 송 교수는 통치자의 덕목을 거론한 뒤 “자기 집착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국민의 입장에서 심정을 헤아려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느 시점에선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까지 언급했던 그였다.

―박 전 대통령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하면서 ‘불복 선언’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박 전 대통령 본인 처지에서는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해는 합니다. 누구나 다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국가에 대한 자신의 통치행위가 타의에 의해 중단된 상황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고 만감도 교차할 것입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국민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발언입니다. 통치자는 자기 집착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상대방 처지에서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그게 안 된 것입니다. 국민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발언이죠.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말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나의 정당성에 대해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야 합니다. 아마 그렇게 말했다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송 교수는 소위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결집하는 모습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의 재기는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고 한국 정치 발전에도 좋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친박 세력의 재결집은) 아직 내부에서 연소되지 않은 불만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입니다. 지금 상태에서 (친박 세력의)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미 새로운 출발선이 그어졌기 때문이죠. 다만 박근혜 노선이나 가치를 이어받은 사람이 나와서 영역을 넓혀 갈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재기는 본인을 위해서나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나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박 전 대통령이 통치 기간 강력한 업적이나 실적을 만들어 놨다면 그것을 교두보로 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박 전 대통령의 실적이나 업적이 너무 빈약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상징적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점차 소멸해 갈 것입니다.”

―‘불복’ 분석이 나오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얘기는 더 이상 나올 수 없게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그 한 문장이 안 나왔기 때문에 사면 얘기는 못 하게 됐습니다. 사면이 문제가 아니고, 그런 발언이 없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처벌’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처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법 처리가 철저히 진행될 경우 무너진 보수가 재결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보수는 재결집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중심’의 이미 무너진 가치가 재결집하는 것은 안 됩니다. 검찰 조사는 철저히 하되, 가능하면 사법 처리 여부는 다음 정권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찰 조사 방식도 박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거나 하는 방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 좌파로 이동하고,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우파로 이동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가능하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정권의 유혹이 많지 않습니까. 아주 이기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특정 정파에) 들어가는 게 과연 ‘가문의 영광’인가 싶습니다. 그건 지식인으로서는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이 사람은 누구의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는 셈인데, 거기에 인생을 송두리째 바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지식인이 되려면 (권력과) 멀어져야 합니다. 정권(권력)으로부터 멀어져야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권력자 가까이서 그의 얼굴을 보면서 비판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멀어져야 합니다. 멀어져야 뭔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도 가담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보수의 재결집을 걱정하십니까.

“보수가 재결집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단,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가 재결집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자유한국당은 문제가 많습니다. 반성도 안 하고 있고, 당 해체나 재창당 없이 그냥 문패만 바꿔 달았습니다. 이는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한국당은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만들어낼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도와 보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소위 ‘뉴텐트’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뉴텐트’를 쳐서 진보에 대한 견제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이는 진보 세력이 집권하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고, 진보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이를 견제할 긴장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탄핵’,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일까요.

“결국 ‘촛불’의 의미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 국민이 정말 많이 참은 것이죠. 박 전 대통령은 ‘공인(公人)’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시간’이 어떻게 됐었는지 국민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민주주의는 ‘공(公)’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데, (대통령의 탄핵은) 공 개념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 개념의 회복이면서 동시에 국민 마음속에 ‘공 개념’이 있는가를 물어보는 계기도 됐을 겁니다. ‘촛불 광장’에 나가면서 우리 스스로 묻습니다. ‘내가 역사적으로 기여하고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나는 ‘사인(私人)’이기는 하지만, 시민과 더불어 살 때는 ‘공민(公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공 개념’의 확인이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느냐는 각성을 동시에 갖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죠.”

―시민이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촛불 광장의 목소리는 ‘우리가 주권을 되찾아 왔다. 그러니 정치권 너희가 시민이 원하는 바를 행하라’, 이런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객전도’ 식으로 그게 거꾸로 돼 왔잖습니까. ‘공중(public)’이 자각을 하게 된 것이죠. 문제는, ‘자각한 공중’까지는 좋은데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니까 이것이 ‘이슈 공중(issue public)’으로 분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쟁점에 따라 공중이 분절할 수 있다는 얘기죠. 특히 대선 정국에서 다시 정치권이 ‘주’가 되고 시민이 ‘객’이 돼 끌려갈 가능성이 있는데, 이게 가장 무서운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슈 공중을 나누는 두 개의 이념적 DNA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유전자’이기 때문에 절대 움직이지 않는 것이죠. 하나는 ‘북한 문제’이고 또 하나는 ‘성장 문제’입니다. ‘구조화된 신념’이라고 하는데, 이 두 DNA가 버티고 있는 것이죠. 우리 사회는 ‘성장’ 아니면 ‘분배’로 나뉩니다. 그리고 ‘종북’이냐, 아니냐로 나뉘죠. 이 두 DNA에서 파생된 네 가지 이슈(성장이냐 분배냐, 종북이냐 아니냐)로 이슈 공중이 나뉩니다. 결국 3당이든, 4당이든, 이 네 가지 이슈를 가장 많이 획득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됩니다. 나머지 분파는 화합이 안 되는 것이죠.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우리나라의 핵심 관건인데, 사실 이 문제를 가장 못 푼 대통령이 바로 박 전 대통령입니다. 오히려 분절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사회학자로서 바람직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외교는 잘 모릅니다. 다만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입니다. 사방이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한반도를 수중에 넣으면 힘의 균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본이 침략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그러나 그 누구도 이 땅을 수중에 넣지 못했습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에 제일 좋은 외교 방법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미결정’을 갖고 있으면서 외교적 지렛대로 많은 것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정부의 실패라는 말이군요.

“‘알맹이 땅’을 너무 헐값에 넘겨 버렸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기 때문에 이제 어쩔 수 없습니다. 사드가 배치되기 시작한 이상 사드에 버금가는 그 무엇을 중국에 줘 힘의 균형을 맞춰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찾아봐야겠죠. 한반도는 ‘군사 대치선’과 ‘역사 대치선’이 엇갈리는 곳입니다. 군사 대치선은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드의 경우 군사 대치선에 맞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이에 반해 역사 대치선은 한국과 중국·북한이 주축입니다. 한국은 여기에 끼어 있습니다. 군사 대치선과 역사 대치선이 엇갈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이게 딜레마입니다. 이 딜레마를 풀어내야 ‘땅값’이 비싸지는데, 그 출발점은 군사 대치선 관점에서 풀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역사 대치선에서 역사적 관점의 해결책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 사드를 갖다 놓은 상황에서 가령, 역사 대치 문제인 동북아 3성 문제 등이 불거진다면 정말 ‘대참사’가 되는 것이죠.”

―얼마 전에 출간하신 ‘가 보지 않은 길’이 화제가 됐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 문제점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인데요. 출간 이후 노조 측에서 항의는 없었습니까.

“오히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연락이 옵니다. 현대자동차 해외 사업장에서요.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들이 번역돼 해외 언론에 보도됐는데, 현지 사업장 근로자들이 그 기사를 보고 오해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울산공장 근로자들이 자신들보다 일은 더 안 하면서 급여는 더 많이 받는다고 말이죠. 예상치 못한 반응이어서 상당히 난처했습니다.”

―이 책을 펴낸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 제조업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을 예전에 연구했는데, 그때에도 꽤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에도 이런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프게 됩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자동차 분야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실제 그 속으로 들어가 제도가 발전적으로 고쳐졌는지 제대로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들어가 봤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조 문제는) 한국 경제와 너무나 닮은꼴입니다. 바꿔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못 바꾸고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 내부에도 기득권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버려야 할 짐이 엄청난데 못 버리고 있는 것이죠. 조선 산업도 이런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것입니다. 구조조정해야 할 단계에서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자동차 산업은 5~6년은 저런 상태로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장담을 못 해요.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어 놨지만 관리를 못 한 셈이죠. 그게 한국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대기업 거대 노조로 대표되는 소위 ‘귀족 노조’의 병폐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닙니다. 계속 누적돼 온 문제인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답답합니다. 유럽의 경우에서 보듯, 노조가 힘을 많이 가지면 결국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로 가게 됩니다. 사민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 있는데, 바로 ‘타협’입니다. 노조가 독점적 이기심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결국 자본주의는 무너집니다. 자본주의를 무너트리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게 유럽 노동운동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입니다.”

―타협은 어떻게 가능한가요.

“노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노동자 계급이 연대하는 ‘계급적 연대(class solidarity)’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얘기하면 ‘좌빨’ ‘빨갱이’라고 폄훼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에서는 계급적 연대가 잘되면 될수록 내부 작동이 원활해집니다.”

송 교수는 그러면서 사회적 대타협의 한 방안으로 ‘연대임금정책(solidaristic wage policy)’을 꼽았다.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스웨덴의 대표적인 노동 정책이다. 연대임금정책은 중위임금을 정하고 임금 수준을 그 중위임금으로 집중하게 하는 ‘임금 평준화 정책’, 그리고 이로 인해 저임금 한계기업의 도산으로 발생하는 실업자를 다른 산업이나 기업에 재배치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해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윤을 흡수하는 ‘임노동자기금’ 조성으로 구성된다.

송 교수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임금 노조의 양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무조건 양보하는 게 아니라 ‘복지’를 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양보한 만큼 복지를 주는 것으로, 결국 복지는 ‘사회적 임금’ 또는 ‘공적으로 주는 임금’이라는 설명이다.

―복지 개념이 달라지는군요.

“그렇게 보면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에서는 복지를 ‘시혜’처럼 정책을 폈고, 국민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처럼 복지의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나라에서 ‘무상 복지’는 매우 위험한 정책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보수 꼴통’이라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무상 복지는 그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합니다.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금을 거둬야 합니다. 이 때문에 1000원을 벌든, 1000만 원을 벌든 일하는 사람은 무조건 세금을 내야 합니다. 사회에 헌신해야 그에 대한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죠. 이런 개념이 바로 복지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강성노조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정당이 커져서 주도권을 잡으면 괜찮은데, 우리나라는 노동자 정당이 약한 상황에서 노조가 정치적 역할을 떠안고 사회적 참여를 했습니다. 주도권을 잡은 강성노조가 내부적으로는 ‘독점’의 모습을 보이면서 밖으로는 ‘정의’를 부르짖는 모순에 부닥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강성노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형태는 남미의 노조 틀에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남미의 개념입니다. 남미의 노조들은 독점을 통해 온갖 이득을 취했습니다. 고용승계와 고임금, 정치적 역할까지 말이죠. 결국 남미는 1950년대 무너졌죠. 역설적이게도 군부정권이 들어서면서 노조를 탄압하게 됐죠. 그러자 노조가 투쟁을 전개하는데, 표면적으로는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전혀 민주화라고 할 수 없었죠. 우리나라가 그와 비슷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민주적인데, 노조의 안에 들어가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남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조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복리후생이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탄생한 것 아닙니까.

“원래는 그렇습니다. 노동자들에게만 짐을 전가하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 전체적으로 거대 노조원들의 임금 상승이 시장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임금 상승이 엄청나게 높거든요. 이건 부당한 겁니다. 정당하지 않은 임금 상승이 노조의 힘에서부터 나옵니다. 물론 생산시장을 독점하는 대기업도 문제가 있습니다. 대기업에는 꾸준히 생산 구조 등을 고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거대 노조에 대해서는 그런 문제가 제대로 제기되지 않고 무한 질주를 합니다. 이건 비도덕적입니다. 결국 95%의 중소기업만 죽는 겁니다.”

―진보 성향 정권으로 교체되면 거대 노동단체들의 힘이 더 거세질까요.

“훨씬 강화될 것으로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성노조에 이렇다 할 한마디를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가 노조 문제입니다. 같이 토론해야 합니다. 자아 반성도 필요합니다. 이것이 없으면 제조업은 희망이 없습니다.”

―민주당이 그걸 할 수 있을까요.

“민주당이 정말 진보를 자처한다면 ‘진보’의 정도로부터 엄청나게 벗어나 있는 거대 강성노조를 가감 없이 질타해야 합니다. ‘지금의 너희들 모습은 진보라기보다는 자기 기득권만을 지키려고 하는 ‘극보수’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고 정확하게 비판을 해 줘야 합니다. 자본가도 기득권 세력이지만, 거대 강성노조도 기득권 세력이 돼 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자본가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도 노동자 측에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자본가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노동 생략적 방법’밖에 없습니다. 노동력을 줄인다는 겁니다. 자동화입니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투입되고 하면서 서서히 노동자들이 설 자리를 없애 버리는 거죠.”

―그렇다면 바람직한 노동정책은 어떤 것일까요.

“노동정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정규직 문제예요. 이를 고용주에게만 맡겨서는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정책은 어느 정도의 법적인 강제 규제와 함께 정규직으로부터 나오는 세금을 활용해 비정규직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게 실업보험입니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위해서는 전국의 고용센터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00여 개가 있는데, 500개 정도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 고용센터에서 지역 내 실업자나 근로자들의 현황을 촘촘히 파악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실업급여를 현실화하는 겁니다. 지금 제공되는 실업급여 수준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인터뷰 = 임대환 차장(사회부) hwan91@munhwa.com
정리 =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mail 임대환 기자 / 사회부 / 차장 임대환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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