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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7일(金)
잠룡과 잡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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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오는 5월 9일 열리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역대 어느 선거보다 각 당의 출마자들이 차고 넘친다. ‘대통령 예비군’이 많으면 좋은 일이지만 1% 전후의 지지율에도 우후죽순으로 출마 선언을 하는 이가 늘어나는 것은 아무래도 ‘제사보다는 제삿밥’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신한국당의 대선 예비 경선에 나온 후보들을 흔히 ‘9룡(龍)’이라고 부르는데 면면을 보면 쟁쟁하다. 이회창·김덕룡·박찬종·이수성·이인제·이한동·이홍구·최병렬·최형우 등 전직 총리·당 대표·장관·다선 국회의원 등을 지낸 인사들이고 모두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결국 이회창 전 총리가 후보가 됐지만 나머지 인물들도 대선 후보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치열한 경선에서 이 전 총리가 후보가 됐지만 DJP 연대를 무기로 들고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을 넘지 못했다. 인재가 많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이번 자유한국당에서 출마하겠다고 나선 인물을 보면 홍준표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안상수·원유철·조경태·김진태 의원과 이인제 전 의원, 언론인 출신인 김진 상임고문 등 9명이나 된다. 이들 지지율을 모두 합쳐봐야 10%가 안 되고 무게감도 용급(龍級)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4명,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의원, 박주선 국회 부의장 등 6명,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2명이다. 자유한국당은 예비 경선 후보 등록비용만 1억 원인데 합동연설회 15분하고 컷오프를 하기 때문에 3등 안에 들지 못하면 1억 원이 날아간다. 그래도 민주당은 TV토론 등 10여 차례 토론회를 하기 때문에 등록비 4억 원이 그나마 아깝지 않다. 이렇게 돈을 들여 승산도 없는 경선을 하는 이유는 홍보 효과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높여 놓으면 내년 지방자치선거나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또 대선 이후 각 당이 지도체제를 개편할 때 진입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대선 주자’라는 타이틀이 있으면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고 당선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준비도 없이 자주 선거에 나서다 보면 잠룡(潛龍)이 아니라 ‘잡룡(雜龍)’이나 ‘지룡(地龍)’으로 취급받을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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