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심사 안 받고 기업行… 前재판연구관 과태료

대법, 임의취업자 일제 조사
“고의가 아니었어도 法 위반”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여부를 확인받아야 하는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 재판연구관이 과태료를 물게 됐다.

대법원은 최근 임의취업자 일제 조사를 벌인 결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A 씨에게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다 2015년 6월 퇴직한 후 취업제한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민간 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이직했다. 그는 법관 출신은 아니며 ‘전문임기제 민간 재판연구관’으로 선발돼 재직했다. 대법원은 특허, 의료 등 전문 영역의 재판 업무를 보좌하기 위해 일부 민간 전문가를 재판연구관으로 충원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법관이나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공무원이 퇴직 후 법이 정한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려는 경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이를 위반해 취업한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대법원은 “A 씨가 법관 출신이 아니다 보니 취업심사 대상에 자신이 포함된 것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가 아니어도 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A 씨의 취업 자체는 재판연구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해 ‘취업 가능’으로 결정했다.

한편, 20일부터 31일까지 전국 법원별로 전체 판사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일부 법원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법원행정처의 학술대회 축소 지시 및 이를 거절한 이모 판사를 법원행정처 심의관 출근 첫날 원 지방법원으로 복귀시킨’ 의혹이 다뤄질 예정이다. 대법원이 진상조사위원장으로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촉하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판사들의 움직임이 다시 확대될 수 있어 법원 안팎에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무분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되는 연례회의지만 법원별로 5분의 1 이상의 판사가 특정 의제의 상정을 요구하면 회의 의제로 정해진다. 이번 사법파동 의혹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혁 갈등’ 논란과 관련해 학술대회를 개최하려 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의 판사들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연구회에 소속된 한 판사는 “법원 내 연구회 중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의 수가 가장 많다”며 “특정 성향의 판사들이 중심이 돼 활동하기도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손기은·정철순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