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4.28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데스크시각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0일(月)
공동의 기억과 백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최현미 문화부 부장

연극인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항의하며 서울 광화문에 설치한 ‘광장극장 블랙 텐트’가 지난주 설치 71일 만에 해체됐다. 블랙 텐트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선고로 두 달여의 항해를 마친다며 이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 있다고 밝혔다. 책임자 처벌 문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이제는 광장의 비상사태를 마무리하고 일상적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고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주 문화체육관광부도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문학, 연극, 영화, 출판 등에서 풍자나 비판적 표현 때문에 부당하게 폐지되거나 변칙적으로 개편된 사업을 복원하고 예술가의 권익을 보장하는 법률도 제정하기로 했다. 다음 달 중에는 문체부 공무원 행동강령도 개정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 거부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추가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요즈음 개편·폐지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재부와 기금 변경 협의를 벌이는 한편, 정부 입법 등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책들은 의지를 갖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화 현장에서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관련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대책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롭게 복원하는 사업에 대한 타당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또 예술가 권익 보장 법률이나 문체부 공무원 행동 강령 마련이,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 해도 블랙 텐트 해체가 말하듯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와 함께 이 모든 ‘과거의 죄’가 사법적 처리와 처벌이라는 공적 체제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우리 모두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독일 주 헌법재판관 출신의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20여 년 동안 탐구해 내놓은 책 ‘과거의 죄’에서 과거의 죄가 현재나 미래를 괴롭히지 않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공동의 기억’을 꼽은 것에 주목하고 싶다. 나치, 역사와 정의 문제를 천착해온 그는 개인이 아니라 세대 전체가 지은 죄, 과거인 동시에 현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죄를 ‘과거의 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집단적 ‘망각’을 경계했다. 기억은 피해자의 문화, 망각은 승자의 문화라는 그는 과거는 단순히 지난 일들이 아니라 한 사회가 망각과 기억을 조합해 구성한 조립품이기에 이 조립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과거의 죄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제대로 된 조립품을 만들어 이에 근거한 단죄는 물론 사회의 윤리적 의식, 도덕의식, 법의식과 시민 용기를 강화할 때 과거의 죄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 사회를 분노와 슬픔, 당혹과 자기 비하로 몰아넣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백서라는 포괄적이고 정확한 기록 작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폭풍처럼 쏟아진 뉴스, 주의·주장 속에서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상황에서 이를 정확하게 기록한 종합 보고서가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올바른 공동 기억 조립품 마련을 위한 기초작업이 될 것이다.

chm@munhwa.co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洪으로 몰린 보수 표심에 무너진 文·安 양강구도
▶ 美 태평양사령관 “칼빈슨호, 명령 떨어지면 2시간내 北타..
▶ 文 44.4% - 安 22.8%… 양강구도 붕괴 가속화
▶ 강정호 “야구 못하는 건 사형선고…벌금형 내려달라”
▶ 안철수, 김종인과 심야 전격 회동…金 28일 합류할 듯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文·安 더블스코어 차로 벌어져洪, 노년층에서도 安 턱밑 추격이달 초 安 급상승 동력이었던TK·50대 이상 지지..
ㄴ 文, 해명할 시간없는 ‘막판 네거티브’ 경계
ㄴ 安, 단일화 효과 노린 ‘통합정부 로드맵’으로 뒤집기 시도
안철수, 김종인과 심야 전격 회동…金 28일 합..
中, 북중접경 거주 임산부 대피시켜…北핵실험..
사드배치 성주골프장 분주한 움직임…군 “비행..
line
special news 신정환 7년만에 방송복귀 시동…“많이 후회..
이경규 등 있는 코엔스타즈와 전속계약그룹 컨츄리꼬꼬 출신 방송인 신정환이 대형기획사 코..

line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남학생 교복 상의 발..
美 태평양사령관 “칼빈슨호, 명령 떨어지면 2시..
文 44.4% - 安 22.8%… 양강구도 붕괴 가속화
photo_news
강정호 “야구 못하는 건 사형선고…벌금형 내려달라”
photo_news
‘걱정말아요 그대’ 표절 논란…전인권 “표절하지 않았다”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14) 54장 황제의 꿈 - 7
illust
[인터넷 유머]
mark성격 유형에 따른 여자의 신음 소..
mark귀가가 늦는 이유
topnew_title
number 檢, ‘대우조선 비리’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
통영서 40대 여성 훼손 시신 발견…용의자 ..
‘47일간 물·소금만’ 히말라야 실종 남성 극적..
‘성적 능력 떨어진다’는 말에 60대남 전처 살..
“美 항공사들 왜 이러나”…화장실 간 승객 내..
hot_photo
남주혁·이성경 “사귀고 있습니다..
hot_photo
‘아찔’ 공중댄스
hot_photo
멜라니아 뒤에 두고 혼자 가는 트..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제호 : 문화일보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