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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0일(月)
탄핵 사태에도 반성 없는 ‘私益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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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호 서울대 교수·사회학 사회발전연구소장

한국인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정치적 냉소도 깊은 편이다. 높은 정치 관심과 낮은 정치 효능감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봐야 변하는 게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좌절과 정치적 냉소로 이어진다. 정치적 냉소가 팽배한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희망은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탄핵 정국에서 시민이 보여준 광장의 에너지는 이러한 정치적 냉소를 무색하게 할 만큼 강력했으며, 헌법재판소에 의한,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이뤄냈다.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수집한 한국종합사회조사 2016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정치권에 대해 극단적인 냉소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정치인들이 나라 걱정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하며, 정치인들이 좋은 말을 하는 것은 단지 선거에서 표(票)를 얻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인식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돼 박 전 대통령이 헌재에 의해 파면되기까지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의 광장에서 타오른 촛불이 단순히 대통령과 일부 측근의 비리와 무능 때문에 발생한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축적된 분노에 기인했음을 확인해 주는 결과다.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이 파면된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희망의 씨앗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무능하고 부패한 집권 세력을 순전히 시민의 힘으로 단죄했다는 사실은 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해외 언론들이 촛불시위와 탄핵 인용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모범이 될 만한 사건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와 정치인이 이 과정에서 민심과 과거보다 가까워졌다는 착각을 해선 안 된다.

촛불 정국에서조차 정치권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시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요구에 정치적 손실 계산을 하면서 눈치껏 대응해 왔을 뿐이다. 시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시민들은 여전히 정치권을 신뢰하지 않으며, 한국의 정치가 다수가 아닌 소수를 위해 불투명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직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대통령이 파면되고 그의 측근 몇몇만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시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5월 9일로 확정되면서 나타나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정치권에 대한 의심이 더욱 강해진다. 예선 통과가 당선일 것으로 여겨지는 지지율이 높은 정당에서는 후보들이 경선 승리를 위해 구체적 실행 방안 없이 장밋빛 정책을 남발하고 있으며, 탄핵에 책임이 있는 정당의 후보들은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논의보다는 선명성 경쟁을 통해 10% 남짓한 열렬 지지자라도 잡아 두겠다는 욕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당장은 잘 드러나지 않을 이들의 사익(私益) 추구 행위와 국민의 삶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는 시민들의 마음에 분노가 되어 꾸준히 쌓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분노의 마음이 촛불의 광장을 통해 다시 정치 놀음을 하는 이들을 향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2017년의 시민은 정치적 변화를 행동으로 이끌어낸 경험을 가진, 더는 냉소적이지만은 않은 매서운 감시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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