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釜山에선 부산대통령, 光州선 호남홀대론 내세운 文측

지역감정은 한국 정치가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적폐의 하나다. 정치권이 수시로 득표를 위해 악용했음에도 시민사회와 언론 등의 꾸준한 노력으로 상당히 완화됐다. 그런데 이번에 또 불거졌다. 그것도 ‘적폐 대청소’를 내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에서 나와 더 어이없다.

문 전 대표 측의 오거돈 부산(釜山)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제 다시 한 번 부산 사람이 주체가 돼 ‘부산 대통령’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덕담이나 격려 발언으로 넘어갈 수 없다. 이런 발언으로 인한 폐해는 수 없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 직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우리가 남이 가. (부산 대통령 못 만들면) 영도다리 빠져 죽자”고 했던 일을 연상시킨다. 그나마 당시엔 비공식 자리였지만 이번엔 공식 석상에서 버젓이 외쳤다. 문 전 대표 본인도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이 왜 부산 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발언했다가 노 정권 시절의 ‘호남 인사 홀대’ 논란과 겹쳐 호남지역 반문(反文) 정서의 빌미가 되고 있다.

더 황당한 일은, 바로 다음날 광주(光州)를 찾은 문 전 대표가 “박근혜-이명박 정부 9년은 호남 홀대 9년이었다”면서 “호남의 울분을 풀어드리겠다”며 ‘호남 홀대론’을 언급한 일이다. ‘부산 정권’식으로 정권을 운영하면 호남 홀대도 넘어 ‘비(非)부산 홀대’를 초래할지 모른다. 문 전 대표 측은 ‘부산대통령’ 논란에 대해 “말꼬투리 잡기”라며 넘어갈 태세다. 지역감정 문제의 민감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