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週 52시간 근로, 先決과제 방치한 채 밀어붙일 일 아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4당이 ‘주(週) 52시간 이상 노동금지법’에 20일 합의했다고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소위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도록 강제하되, 위법 사업장에 대한 형사처벌은 2∼4년 유예하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4당은 시행 시기와 방법을 두고 대립해왔지만, 기존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대선을 앞두고 물러서면서 3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되고,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근로시간 단축이란 총론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근로시간 세계 1, 2위를 다투는 ‘과로 국가’이면서도 청년실업은 악화하는 역설적 상황을 타개할 단초가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업무 사이클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런 만큼 충격을 줄이기 위한 선결(先決) 과제를 따져보고 완충장치를 준비하는 과정이 필수다.

이번 합의 취지는 일자리를 늘리고, 근로자의 삶의 질도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합의된 내용은 최대 68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 근무가 가능한 현행 제도에서 ‘휴일 근무 16시간’을 단순 연장근로에 포함시킴으로써 불허하는 방식이다. 기업으로서는 생산량을 줄이거나,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고용을 늘려야 한다. 어느 쪽이든 기업 부담이 급증한다.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 임금 삭감이 선행되지 않으면 각종 편법·불법을 동원하거나, 자동화로 고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그도 저도 어려운 최악의 경우엔 기업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대기업 노조들은 이미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유지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휴일 근무로 소득 보전을 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엔 되레 불리할 수도 있다.

고용유연성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은 빠지고 기업 팔 비트는 법만 제정하면 일자리를 되레 줄이게 된다. 후속 입법 논의에서 더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