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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2일(水)
“이상화보다 가는 22인치 허벅지… 굵어지면 장거리에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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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이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오는 4월 유럽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한 훈련과 학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삿포로동계亞게임 4관왕 이 승 훈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29·대한항공)의 생일은 3월 6일이다. 그런데 생일 축하 파티를 한 기억은 거의 없다. 스피드스케이팅 시즌에 생일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올해 3월 6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승훈은 지난 11일부터 이틀 동안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파이널 참가를 위해 생일이던 지난 6일 인천공항을 통해 현지로 출국했다. 이승훈은 그날 공항 식당에서 스태프와 함께 사 먹은 식사로 생일상을 대신했다. 국제대회 기간이 생일하고 겹치는 일이 잦기에 무심하게 넘긴다.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생일을 밖에서 보냈기에 익숙하다. 물론 메달을 손에 쥐게 되면, 자신에게 값진 생일 선물을 선사하는 셈이기에 뿌듯해진다. 올해가 그랬다. 이승훈은 월드컵 파이널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생일을 자축했다.

이승훈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태어난 이른바 ‘88둥이’. 그래서인지 올림픽에서 빼어난 발자취를 남겼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10000m)과 은메달(5000m),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남자 팀 추월)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3회 연속 메달 사냥을 노리고 있다.

올해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지난달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4관왕(5000m, 10000m, 팀 추월, 매스스타트)을 차지했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직전 열린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팀 추월 도중 넘어지면서 스케이트날이 오른쪽 정강이를 스쳐 8바늘이나 꿰맸기에 ‘부상 투혼’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리고 월드컵 파이널에서 금메달을 획득, 올 시즌을 금빛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승훈은 담담하다. 이승훈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 “하지만 관심이 금방 사라진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교만해지지 않으려고,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승훈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그런데 그 과정은 참 가슴이 아팠다. 이승훈은 초등학생 시절 누나를 따라 스피드스케이팅을 했고, 중학교에 입학한 뒤 쇼트트랙으로 진로를 정했다. 하지만 선수층이 두꺼운 쇼트트랙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2009년 4월 열린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선발전에서 떨어진 것이 너무 마음 아프고 화가 나 쇼트트랙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았고, 아예 스케이트를 신기도 싫었다”며 “중학생 시절 발목이 부러져 누워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이승훈은 한국체대 빙상부 소속이었다. 쇼트트랙을 그만두면, 스피드스케이팅을 해야 한다. 이승훈은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했는데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하면서 ‘나에게 정말 잘 들어맞는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뒤늦게 ‘내게도 재능이 있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등에 날개가 돋아난 이승훈은 거침이 없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입문 6개월 만인 2009년 10월 대표로 선발됐고, 11월 월드컵 2차 대회에선 5000m를 6분 29초 49에 돌아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밴쿠버에서 올림픽 시상대에 두 차례나 올랐다.

이승훈의 등장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장거리는 유럽의 전유물이었기 때문. 이승훈이 장거리, 특히 매스스타트를 주 종목으로 택한 건 쇼트트랙의 경험이 밑거름. 쇼트트랙은 기록이 아닌 순위 경쟁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 종목이지만 매스스타트는 예외적으로 순위에 포인트를 맞춘다. 매스스타트는 출전자들이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 우승한다. 쇼트트랙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승훈은 2014∼2015시즌 도입된 매스스타트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승훈은 지금도 쇼트트랙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한국체대 빙상장에 머물고 있다. 시즌 중엔 매일 오전 5시 30분 한국체대 빙상장으로 출근한다. 오전에는 쇼트트랙 코스를 돌고 또 돈다. 많으면 하루 50㎞를 소화한다. 쇼트트랙은 길이(111.11m)가 짧고, 그래서 코너를 돌면 또 코너가 나온다. 이 덕분에 코너링에 필요한 다리 힘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오후엔 빙상, 지상 훈련을 병행한다.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시간은 하루 4∼5시간. 이승훈은 “1년에 3∼4차례 스케이트의 날을 새로 주문하고, 매년 4켤레 정도 스케이트를 바꾼다”며 “따로 주문 제작하기에 한 켤레에 100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인데, 학생이었을 땐 자비를 들였지만 지금은 소속팀이 있어 부담을 덜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은 스케이트날을 직접 다듬는다. 훈련이나 경기에 앞서 스케이트날을 갈면서 정신을 집중한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렸을 때보다 얼음에서 더 잘 미끄러지는 기분이 든다. 이젠 고참인 이승훈은 “후배들은 스케이트날을 직접 손볼 줄 모르는 것 같다”며 “얼음 상태와 내 스타일에 스케이트날을 맞추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승훈은 두 켤레의 스케이트로 얼음판을 가른다. 네덜란드제 맞춤 스케이트를 신고 5000m, 10000m 등 장거리에 출전하고 매스스타트에선 국산 스케이트를 신는다. 네덜란드제는 가죽이 부드럽고, 국산은 조금 뻣뻣한 편. 장거리에선 부드러운 움직임에 유리한 네덜란드제 스케이트로 얼음판을 가른다. 매스스타트는 자리다툼이 치열하고,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야 하기에 뻣뻣한 가죽이 발목을 단단히 잡아주는 게 좋다.

이승훈은 홀쭉한 스타일. 키 178㎝에 몸무게는 70㎏ 안팎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뒤엔 67㎏을 넘거나 밑돈 적이 없다. 이승훈은 “장거리의 특성상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정 체중 유지가 필수”라면서 “적정 체중에서 1㎏만 늘어나도 확연한 차이를 느낀다”고 말했다. 체중 조절을 위해 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 이승훈은 “맥주 한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면서 “술이 안 받는 체질이고, 컨디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술은 멀리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꿀벅지, 철벅지와는 거리가 있다. 이승훈의 허벅지 둘레는 22인치. 일반 성인 남성과 비슷하다. 동갑내기인 이상화의 23인치에 밀린다. 장거리가 주 종목이기 때문이다. 단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해야 하기에 단단하고 굵은 허벅지가 요구된다. 반면 장거리는 오랫동안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근지구력이 중요하며, 허벅지가 굵으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승훈은 “훈련을 많이 하더라도 다행히 허벅지는 굵어지지 않는다”면서 “허벅지 사이즈 때문에 고민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난 장거리에 특화된 체형”이라며 웃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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