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가난하고 내성적인 나를 반장에… 그때 배운 리더십이 내 삶 끌어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소월로 사무실에서 정종신 교사와 최근 찍은 사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의 나를 만든 스승

“어린 시절에는 자신감도 없고 말수도 적은 평범한 아이였죠. 그런 저에게 무한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고 자신감을 심어주신 분이 부산 대평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이셨던 정종신 선생님이세요. 선생님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정승인(58) 코리아세븐 대표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종신(84) 교사를 가장 존경하는 스승으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에도 정 교사와 연락을 유지하며 45년 넘게 ‘사제지정(師弟之情)’을 나누고 있다. 그는 “스승의 날이나 명절은 물론이고 승진을 하거나 좋은 일이 생겨도 정 선생님이 가장 먼저 생각나 한달음에 부산으로 찾아가 뵙는다”며 “언제나 나를 반기는 선생님을 뵈면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1500명 상당의 직원을 이끌 정도로 리더십이 강한 CEO지만, 정 교사를 처음 만났던 시절에는 내성적인 성향의 학생이었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엉뚱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지만, 학교에서는 성적도 어정쩡하고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당시의 자신을 묘사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큰일을 할 재목임을 알아봤던 정 교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정 대표에게 학급 반장을 맡겼다. 이후에도 정 교사는 정 대표에게 자율학습 학습지도위원, 연극부장, 자연학습부장, 거기다 고전 읽기 경시반장의 책임까지 줄줄이 맡겼다. 정 대표는 “당시는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세 반장은 부유한 집 아이들이나 할 수 있고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나 같은 아이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 때문에 새로운 책임을 하나도 아니고 다섯 개나 맡았지만 싫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부산 영도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육성회비를 못 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면서 어머니가 생계를 이끌어 가야 했다. 치맛바람은 엄두도 못 내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기술을 배워 하루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탓에 ‘성공’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생각했지만, 정 교사는 정 대표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정 대표는 “실업계 중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나에게 선생님은 ‘더 큰 꿈과 가능성이 지금부터 열리는데 그 문이 자칫 좁아질 수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일반 중학교 진학을 권고했다”면서 “선생님의 조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교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꿈꾸는 정 대표를 늘 배려했다. 그는 “선생님은 반장으로서 환경미화 등의 업무를 하느라 하교가 늦어질 때면 꼭 차비를 챙겨주시곤 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변변한 과외도 받지 못하는 나를 위해 바쁜 시간을 내서 따로 공부도 봐주셨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정 교사로부터 창의적인 지도자가 되는 기본도 배웠다고 한다. 2014년 코리아세븐 대표가 되기 전까지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을 맡았던 정 대표는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릴 만큼 시도하는 마케팅마다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 같은 성공도 모두 정 교사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선각자적인 스승을 만난 덕분”이라며 “선생님은 자비로 마련한 신문물을 제자들에게 소개하실 만큼 적극적인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생님은 1970년 당시 생소했던 ‘오버헤드 프로젝터(OHP)’로 수업했다”며 “당시 귀했던 오디오를 가져와 클래식을 들려주신 것도 학생들을 위한 선생님의 배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 교사의 가르침을 기업과 사회에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선생님은 꿈을 잃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열정을 심어주시며 진정한 스승의 사표(師表)를 보여줬다”며 “스승이 내게 보여주신 꿈과 희망을 후배들에게 전해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