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선진국型 결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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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이상과 김유정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며칠 간격으로 요절했다. 그 원인은 폐결핵. 소설가 나도향, 채만식 등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완치 가능한 질병이지만 그때만 해도 처방 약조차 없는 불치병이었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감염 질환으로 의료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15년 한 해 동안 1000만 명 이상의 결핵 환자가 발생했고, 179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우리나라의 전체 결핵 환자는 4만847명. 매년 3만여 명의 환자가 새로 생겨나고, 사망자 수도 연간 2000명 이상으로 법정 감염병 중 사망자가 가장 많다.

2014년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86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최근 들어선 20∼30대 젊은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불규칙한 식생활,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탓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3년 반 동안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 지역 병원에서만 결핵에 걸린 의료진이 293명이나 될 정도로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다. 무관심과 방심이 한 원인이기도 하다.

결핵은 주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폐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재채기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이 배출되는데, 수분은 곧 증발하고 결핵균만 공중에 남았다가 주변 사람의 폐 속으로 들어가면서 감염된다. 환자가 사용하는 수건, 식기류나 음식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결핵은 흔히 기침을 동반하기 때문에 감기로 잘못 알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다가 증상이 심해진 후에야 확진받는 경우가 많다.

24일은 WHO 제정 제35회 세계 결핵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결핵 예방의 날’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못 먹고 못 입던 시대, 후진국형 질병이었던 결핵은 이제 ‘선진국형 질병’으로 바뀌었다.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손수건 등으로 입을 가리는 ‘기침 예절’만 잘 지켜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편지와 함께 기억에서 멀어진 결핵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크리스마스 실’을 모바일이나 이메일용으로 바꿔 다시 불을 지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