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큰병원으로… 응급실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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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도 서울대교수 ‘빅4’ 분석

일선 의료기관 轉院환자중
96%가 사전 연락없이 보내
입원전 응급실 대기시간 길어
치료 골든타임 놓칠 위험성 커

‘응급상황이면 무작정 대형병원으로?’

이 같은 인식이 응급실을 찾는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명과 직결된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국내 초대형 병원인 소위 ‘빅4 병원’(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전원(轉院)환자’의 96%는 사전 연락 없이 옮겨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팀이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응급실 과밀화 개선을 위한 응급의료체계 모델 개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빅4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온 전원환자 1366명을 분석한 결과, 사전에 연락하고 응급실에 오는 환자는 4.4%(60명)에 불과했다. 사전 연락을 하고 오면 응급환자의 71.7%가 입원했지만, 사전 연락 없이 오는 환자는 45.7%만이 입원했다.

병원이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때는 이송받는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응급의료법’(시행규칙 제4조)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행이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면서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입원하기 전 응급실 체류시간 역시 차이가 났다. 사전연락 환자는 응급실 대기 시간이 10.9시간이지만, 연락하지 않고 찾아온 환자는 13.9시간이다.

또 중환자실 입원 전 응급실 체류시간 역시 사전연락환자가 3.8시간으로, 사전 연락 없는 환자(6.3시간)보다 짧았다. 응급의료법에는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이송받는 의료기관에 연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환자의 경우 이송 중의 환자 상태를 예측하기 어렵고, 환자가 옮겨지는 병원에서 병실 부족 등으로 환자를 받지 못해 시간이 지체되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 따라 추가 처치로 인한 중복 진료 가능성도 크다.

이는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들 병원의 평균 응급실 체류시간은 서울대병원 9.2시간(2015년 기준), 삼성서울병원 9.5시간, 서울아산병원 8.0시간, 세브란스병원 5.9시간이다. 연구팀은 공급과잉 상태인 국내 의료기관 병상을 활용해 지역사회 응급 입원 병상을 운영하고, 환자의 기준과 절차 등을 체계화하는 ‘전원 프로토콜’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