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발병·사망률 OECD 1위인데… 노숙인 등 환자 절반이상 치료 거부

- 내일 ‘세계 결핵의 날’
전문가 “재발땐 치료 어려워”

‘세계 결핵의 날’(3월 24일)을 앞둔 가운데, 노숙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 취약 계층에서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결핵 환자들이 많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중순 결핵을 진단받은 중국인 A(27) 씨는 한 달 정도 약을 먹었지만, 정작 차도가 생기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복용을 중단하고 잠적했다. 1년 남짓 일한 공장에도 결핵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그만둔 상황. 관할 보건소 관계자는 “A 씨의 전화가 착신 정지된 상태”라며 당황스러워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사망률이 가장 높다. 1996년 OECD 가입 당시부터 줄곧 결핵 발병률·사망률 1위를 유지해 온 ‘결핵 후진국’. 2015년 기준 국내 인구 10만 명당 결핵 환자는 80명으로, OECD 가입국 평균(11.4명)의 7배에 달한다. 결핵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5.2명으로, OECD 평균(1명)의 5.2배다. 노숙인 일시 거주시설 및 지역 보건소 관계자들은 결핵 치료를 거부하는 취약 계층이 많은 게 결핵 발생률을 높이는 배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역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23일 “무료 검진을 해 보면 치료를 피하는 결핵 환자들이 있는데,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 드물어 치료 여부를 확인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알코올 중독 결핵 환자는 술을 마시려는 욕구를 참기가 어려워 입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치료 순응도가 현저히 낮은 환자는 ‘비순응결핵환자’로 분류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이 강제입원 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결핵예방법에는 강제입원 명령을 받은 결핵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인권 침해 논란 등으로 인해 실제로 강제입원을 시키거나 격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보건소 관계자 등의 설명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의 비순응결핵환자 관리 성공률(비순응결핵환자 중 치료에 동의했거나 강제입원 명령이 내려진 환자의 비율)은 2014년 56.4%, 2015년 50.0%, 2016년 63.1% 등의 수준에 머물렀다.

김대연 국립마산병원(보건복지부 산하 결핵 특수 의료기관) 원장은 “치료를 중단했다 재발하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특히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는 활동성 결핵 환자들은 자발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꾸준한 진료를 받는 등 시민의식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