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前선대위원장, 과거 거액받고 푸틴 도와”

AP “러 갑부에 年112억원 받고
서방 정계 등 영향력 행사 의혹”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폴 매너포트가 과거 거액을 받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위해 일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본격 수사 중인 가운데 매너포트를 둘러싼 러시아 내통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트럼프 정권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AP통신은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나서기 전인 2006년, 푸틴 대통령을 돕는 조건으로 러시아 억만장자 올레크 데리파스카에게 연간 1000만 달러(약 112억 원)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계약은 매너포트가 미국과 유럽 및 옛 소련 국가들에서 푸틴 정부에 이득이 되도록 정계, 경제계,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이다. AP통신과 접촉한 소식통에 따르면 계약은 2009년까지도 유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매너포트는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그는 대변인을 통해 “10년도 더 전, 데리파스카가 투자한 여러 나라에서 사업, 사적인 문제와 관련해 그를 대변했던 것”이라며 “부적절하거나 법을 위반한 것은 없었으며, 러시아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데리파스카와의 계약 사실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백악관은 매너포트와 관련한 의혹이 연일 불거지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그(매너포트)의 10년 전 고객이 누구였는지 알았다고 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주장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너포트와 데리파스카 사이의 일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매너포트는 지난해 8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정당을 위해 로비활동을 벌인 정황이 드러나 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었고, 전날엔 우크라이나 정치인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이번 사안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공화당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심각한 문제”라며 조사를 촉구했고,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알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