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中이 미는 람 당선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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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선거로 中이 영향력 행사
부호 리카싱도 “親中후보 지지”
여론조사선 창 지지율이 62%

26일 시행되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를 받는 친중적 후보이자 여성인 캐리 람(林鄭月娥·60·왼쪽 사진)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렁춘잉(梁振英) 현 행정장관 밑에서 이인자인 정무사장(총리 혹은 정무장관 격)을 지낸 람과 재정사장(재무장관 격)을 지낸 존 창(曾俊華·65·오른쪽), 그리고 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우？힝(胡國興·70)의 3파전이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보통선거가 아닌 일부 엘리트들만 투표권을 갖는 간접선거로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광둥(廣東)성 선전(深)에 홍콩 주요 지도층을 불러 개최한 비공개회의에서 “람은 당 중앙이 미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 전 사장은 이달 초 선거위원 1194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579명의 추천을 받아 후보에 등록하면서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 부호 리카싱(李嘉誠·88) CK허치슨홀딩스(長江和記實業) 회장도 22일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는 행정장관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친중국파 후보인 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였다. 그는 남성과 여성 후보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즉답을 피한 채 중국 신화에서 인류를 창조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뚫린 하늘의 구멍을 막은 여신 뉘와(女왜)를 언급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린 온건 친중파 창 대신 중국 지도부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 후보 람에 대한 지지 의사를 피력한 것이라고 홍콩 언론들은 풀이했다.

앞서 홍콩대 여론조사기관이 716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링글스 칩 아저씨(Uncle Chips)’라는 별명을 가진 친서민 이미지의 창의 지지율은 62%, 람은 24%로 전체 여론조사에서는 창 후보가 앞서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7% 지지율을 기록한 우는 범민주파의 지지로 출마하기로 했지만 당선될 가능성은 낮다. 람과 창 모두 친중 성향이지만 전자는 중국 중앙정부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후자는 정치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람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홍콩 인터넷매체 홍콩01은 “이번 제5차 행정장관 선거는 ‘덜 나쁜 악마’를 선출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냉소적 태도를 보였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