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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3일(木)
공직 사회의 ‘정치 오염’ 惡習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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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의무가 그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을 여러 차례 봐 왔다. 특히, 이번 대선은 선거 직후 곧바로 정권을 이양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선두 주자의 일방적 독주가 두드러지다 보니 그 어느 대선 때보다 공무원 조직의 동요가 크다. 대선 때마다 나타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흔드는 두 가지 핵심적 위협은 공무원노조의 정치 활동 확대 움직임과 고위공직자들의 유력 대선 주자에 줄 대기 악습(惡習)이다.

지난 18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4대 출범식에 야권 대선 주자들이 거의 모두 참석해서 공무원의 정치 참여를 확대 및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 나아가 유력 대선 주자 중 몇 사람은 노조와 협의해 정부 조직을 개편하라는 공노총의 요구를 수용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다. 자신과 이념과 뜻이 같은 국민만을 위해 일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헌법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는 얼핏 보기에는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과도한 의무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무원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공무원 스스로가 정치 활동을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깨뜨리면 결국 정치권력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공무원 자신의 신분이 흔들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무원이 노조나 정치적 결사체를 통해 정치 활동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또 다른 심각한 행태는 고위공직자들이 유력 대선 주자에게 줄을 대려고 하는 것이다. 부처의 실·국장들은 유력 대선 주자의 캠프에 참여한 교수나 정치인들에게 학연·지연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줄을 대려고 뛰어다닌다고 한다. 어떤 부처는 정책과 법안을 대선 주자별로 따로 만들어서 그쪽 캠프 관계자에게 전달하느라 직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적폐를 공무원 탓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청와대가 부처 실·국장들의 인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해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정권교체 때마다 전면적 정부 조직 개편으로 부처가 일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니 고위공직자 입장에서는 부처의 존립을 위해, 또 자신의 자리를 위해 유력 후보에게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능력보다 정치적 배경과 출신 지역에 따라 자리 보존이나 승진 여부가 갈리다 보니 유력 대선 주자 캠프에 줄을 대려고 애쓰는 것을 무조건 비난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정치권 줄서기는 결국 관료 조직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는 매우 심각한 적폐다. 대통령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가 중앙부처 고위공직자는 물론 공공기관장·감사 등 3000, 4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자리를 대폭 줄이고 정상적인 인사 시스템에 따라 공무원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환경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공직사회를 뒤흔드는 세 과시용 공무원 줄 세우기를 당장 중단하고, 공무원 역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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