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뽑을까?… 결국엔 ‘나’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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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철… 쏟아지는 ‘대통령 책’

■ 누구를 뽑아야…
마키아벨리의 ‘선택 20계명’

■ 대통령의 철학
헌법 근거로 지도자 자질 검증

■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해방 이후 지도자 12명 살펴

■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대선 후보들 심리 집중적 해부

■ 지도자의 자격
정신적인 분야까지 검증 제안

누구를 뽑을 것인가. 질문의 무게가 무겁다. 선거 때마다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선거철 고민’ 수준이 아니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 그 결론으로 주어진 대선 앞에 선 한국 사회가 답해야 할 과제로 그 안에는 한국 정치의 현재와 미래, 지도자의 자격과 철학, 국민의 권리와 의무 등이 빽빽이 들어가 있다. 시대의 요구가 이러하니 당연히 이 질문에 답하려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 철학은 기본이고 한국 역대 대통령을 살피는 대통령 역사,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인 헌법 제대로 보기는 물론 이제까지 선거와 크게 관계 없었던 심리적, 정신적 자격을 논하는 책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탈리아 정치학자 모리치오 비롤리 미국 텍사스 주립대 교수의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안티고네)는 현재 한국 상황을 정확하게 저격하는 책이다.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의 조언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의 정치 사례에 저자의 논평을 더해 정리한 마키아벨리 투표 강령 20계명이다. 170여 페이지, 작은 판형으로 가볍게 읽히는 책인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진지한 몰입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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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대중적 이미지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권모술수의 아버지 정도로 각인됐지만 비롤리는 마키아벨리야말로 공공선, 공존을 내건 공화주의자로 봤다. 물론 이 같은 관점은 최근 한국 학계에서도 제기돼온 낯익은 시선이긴 하다. 시민들이 자기 관심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단을 사용해야 하며 특히 통치자가 근본적인 정치·사회적 권리를 바꾸는 법을 통과시키려 할 때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강조한 마키아벨리야말로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정직한 충고를 주는 뛰어난 상담가라는 것이다.

저자가 정리한 마키아벨리 20계명 중 첫 번째는 ‘덜 사악한 쪽을 택하라’다. 어떤 후보도 표를 받을 자격이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신중한 선택은 덜 나쁜 쪽을 택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의식 있는 시민들이 투표하지 않으면 의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국회와 백악관에서 공공선을 해칠 정책들을 펼칠, 유해하고 능력 없는 후보들을 뽑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 조언은 ‘눈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보고 선택하라’다. “이들은 위장술의 대가로 비극적 사건에 대한 슬픔, 가난한 사람의 비극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 느끼지도 않은 감정들을 보여준다. 반대로 권력에 대한 열망, 자만, 탐욕, 일반 시민에 대한 경멸 등 진짜 감정은 숨길 수도 있다.” 그러니 위장술에 속지 않으려면 양손으로 만져보듯 구체적으로 체크하라고 말한다. 그가 무엇을 해왔는지, 특히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등을 살피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공화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공공선이다, 시대에 맞게 행동을 바꿔야 한다, 대담한 사업을 펼치려는 후보를 의심하라, 올바른 사람을 존경하고 역사를 통해 배우려는 후보를 선택하라, 미래 세대와 관련해 자신의 명성에 신경 쓰고 진정한 영광을 얻으려는 야심을 가진 대통령을 찾으라, 부패와 싸우는 것은 참된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다, 권좌에 너무 오래 머무른 사람은 위험하다, 한 국가를 신념의 공동체로 만들려는 사람은 뽑아서는 안 된다 등의 조언을 전한다. 스스로 점검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

경제학자 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대통령의 철학’(이상북스)은 헌법을 근거로 지도자의 철학, 자질, 조건을 살피는 검증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가져야 할 삶의 철학을 살필 땐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공무원의 책임을 규정한 7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10조, 법 앞에 평등하다는 11조, 양심의 자유를 규정한 19조 등 관련 조항을 나열한 뒤 이에 근거해 대통령의 철학을 조목조목 따진다. 이런 틀로 땅에 대한 철학, 돈에 대한 철학, 삶에 대한 철학을 살피고 통일, 평화, 정치, 노동 등 구체적인 문제를 논한다.

저널리스트 강준식의 ‘대한민국의 대통령들’(김영사)은 이승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해방 이후 지도자 12명을 살핀다. 권력이 탄생한 과정부터 정치적 상황, 일화, 업적, 평가 등을 비교적 중립적 시선으로 풀어내며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몰아간다. 국정농단을 해석하는 데 대통령의 심리상태가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한 듯, 심리학자와 정신전문의가 대통령 담론에 등장했다. 심리학자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원더박스)에서 정책이나 비전과 별개로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이들의 심리를 집중 해부하고, 정신의학자 최성환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는 ‘지도자의 자격’(앤길)을 통해 대통령 검증 매뉴얼에 정신검증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대통령의 자격, 철학, 검증을 논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대통령의 책들. 하지만 이 모든 조언은 결국 마지막엔 ‘누구를 뽑을 것인가’라는 국면으로 귀착된다. 비롤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주기적으로 저지르는 실수에 관해 조언을 듣고 훌륭한 정치 지도자의 가장 적절한 자질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나면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정치사상이나 과학적 방법론이 제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우리를 선택의 부담에서 자유롭게 해주지 못한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의 마지막 장에 썼듯, ‘나머지는, 당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