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과잉보호는 ‘해악’… 부모가 먼저 ‘자아’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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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부모가 자녀를 망친다 / 줄리 리스콧 헤임스 지음, 홍수원 옮김

이건 미국보다 우리가 먼저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교사에 간섭하고, 아이들의 일상에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자녀를 ‘마마보이’로 만드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 말이다. 자녀의 신분상승 열망에 사로잡힌 학부모들의 ‘치맛바람’과 과도한 뒷바라지는 한국에서 압축 성장시대가 막 시작됐던 1970년대부터 이미 있었다. 아이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학교와 교사에게 간섭을 하는 부모를 지칭하는 ‘헬리콥터 부모’란 신조어가 미국에 등장한 건 우리보다 한참 늦은 1990년대였다.

이 책은 10년 동안 미국 스탠퍼드대 신입생 및 학부생 상담과장이었던 저자가 이른바 ‘Y세대’로 불리는 90년대 후반 대학 입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느낀 부모의 과잉보호, 자녀의 과잉의존 문제와 이런 현상이 가져오는 문제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자녀를 늘 곁에서 안전하게 지키고 자녀의 모든 일정을 확인하고, 자녀 대신 생각하거나 결정하고, 실수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며 온갖 시중을 드는 부모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국사회에서 이미 익숙한 일. 그러나 미국사회에서는 이게 ‘새로 대두되는 문제’인 듯 하다. 하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젊은이들은 스스로 용돈을 벌고 일찍 자립해 독립적인 삶을 사는 사례로 자주 거론돼 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왜 미국에서 헬리콥터 부모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부모가 자녀 안전에 불안을 느끼는 계기가 된 충격적인 유괴사건, 한국 등 아시아 학생들의 암기식 학습의 성취수준에 미달한다는 판단 아래 과도하게 부여된 학습부담, 주부들의 취업 증가로 나타나게 된 자녀에 대한 효율적 관리의 필요…. 이런 복합적인 원인으로 과잉보호 양육방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와 꺼내 놓는 사례는 우리와 닮아있다. 대학입학을 위해 모든 생활에 간여했던 부모가 급기야 대학생활, 전공, 대학원, 취업문제에까지 자녀 대신 나서는 사례도, 이루지 못한 부모의 꿈을 자식의 삶에 투영시켜 자녀의 성공을 곧 자신의 성취로 받아들이는 부모들에 대한 얘기도 낯설지 않다.

저자는 이런 방식의 양육이 결과적으로 자녀들이 성년 이후의 삶을 대비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자유로운 삶을 가로막고 있다고 독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다양한 분석결과와 인터뷰 등을 제시하면서 선의에서 출발한 헬리콥터 부모들의 극성이 결과적으로 자녀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크게 해치며 심리적 장애와 약물중독에 빠지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해지는 자녀 양육의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저자의 해답이다. 저자는 자녀 양육의 방식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헬리콥터 양육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권위적 양육방식’(부모가 자녀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지만, 그만큼 자녀의 요구에 부모가 잘 부응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책 속에는 이런 방식의 양육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어떤 놀이를 하고, 어떤 경험을 하게 해야 하는지 등이 세세하게 설명돼 있다. 그리고 저자는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며 부모들에게 ‘당신은 온전한 성인인가’를 묻는다. 올바른 양육을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