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가 되려면 틀을 깨라”… 괴짜 日작가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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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폭주 /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 아저씨의 사진을 볼 때마다 피식 웃게 된다. 민머리에 색안경을 썼는데, 안경 안의 형형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쏘아본다. 시골에서 세상과 격절한 삶을 살고 있는 남자의 이미지로 참 잘 어울린다. ‘인생은 웃기는 개소리’라고 하는 분이 자신의 이미지는 애써 그럴듯하게 연출하고 있으니 아이러니의 웃음을 준다.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올해 74세이니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는 질풍노도의 청춘인 양 세상의 기성 질서에 안주하려는 소망을 개나 줘 버리라고 독자들에게 호통을 친다.

이 책은 겐지가 서른 전후에 오프로드 바이크와 사륜구동차로 다녔던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맨 앞은, 두 사람의 동료와 함께 호주 사막의 모래 먼지 사이를 질주한 시간을 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가혹하다는 케냐의 사파리 랠리, 백야의 끌림이 있는 노르웨이, 개척자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미국 서부 여정이 뒤를 잇는다. 유조선을 타고 인도양을 건넌 이야기가 마지막을 꾸민다.

모든 여정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자유정신.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이른바 ‘사자의 야성’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때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라는 것.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 이런 요구는 가혹하다. 가족, 동료, 이웃과 얽힌 그물을 찢고 홀홀 떠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걸 알기에 겐지도 ‘누구에게나 일상이 비극’이라고 했을 것이다.

겐지는 비극을 이기는 방법으로 일상의 틀 깨기를 제안한다. ‘어떤 직업이든 일류가 된 사람은, 그 자신이 자각하고 있고 말고에 상관없이, 틀을 깬 사람이다.…천재는 혈통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립과 고립의 길을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는지, 그것이 결정적인 조건이다.’

겐지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작가이긴 하다. 사상 최연소로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은 이후 어떤 문학상도 거부하고 고향 오오마치(大町)로 돌아가 오로지 창작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왜 시골 작가로 살게 됐는지, 그 정신의 배경에 뭐가 있는지를 밝힌다. 믿기지 않게도 그는 어렸을 때 타인을 배려하며 웃게 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그런 성정을 벗어던지고 자신만을 위해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는 고백이 독자의 공감을 살 듯싶다.

겐지는 이 책의 곳곳에서 걷기와 뛰기를 예찬한다. 몸이 곧 글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라톤을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와 국내 작가 김연수 씨를 떠올리게 한다. 겐지의 육체 찬미는 스스로를 자전거 레이서로 불렀던 작가 김훈 씨의 그것과 닮아 있기도 하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도 비슷해서 묘한 느낌을 준다. 겐지는 ‘여자들 대부분이 지속적인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여행은 남자들의 전유물임을 시사한다. 그의 마니아 독자들은 여기에 이견이 없는지 궁금하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