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10.22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시론
[오피니언] 시론-박민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4일(金)
‘적폐 청산’의 함정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박민 정치부장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4월 15~16일)이 불과 3주 앞이다. 그런데도 진보 진영으로 기운 대선 구도는 요지부동이다. 이제 마지막 변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에 맞선 ‘보수·중도 빅텐트’ 구성 정도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문화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엠브레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남지역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적합한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58.4%가 ‘없다’고 답했고, 바른정당 역시 49%가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방황하는 보수의 표심이 단지 ‘문재인 대통령’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의 단일 후보에게 일사불란하게 몰려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고, 보수·중도 진영 후보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이제 생각해야 할 문제는 현재의 대선 구도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직면할 정치적 현실이다. 차기 대통령은 여소야대이자 다당제 체제인 국회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야당의 이념 스펙트럼은 중도에서 극우에 이르고, 야당 리더들은 대선 다음 날부터 다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당장 새 정부의 구성부터 험난할 것이다. 대통령이 협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이 거부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보수 세력은 탄핵 여파로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할 기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법 처리 수위와 사면 문제는 또 한번 국론의 극단적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이런 정치적 지형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문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대선에서 과반수 득표를 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쥔 뒤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도·보수 진영의 비호감도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하고, 그 첫 단계로 자신의 선거 모토인 ‘적폐 청산’의 개념과 방법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문 전 대표는 당선 이후 최우선 과제로 ‘권력기관 적폐 청산’과 ‘재벌 개혁’등을 꼽았다. 자신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는 적폐 세력을 ‘친일에서 반공 또는 산업화 세력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온 ‘위선적인 허위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런 추상적인 단어로 개념화한 ‘적폐 세력’을 구체적으로 선별하는 것도, 단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종종 사용하는 ‘부역자’는 더 애매하다. 굴곡 많은 현대사에서 하나의 세력, 조직, 심지어 개인에게도 공과(功過)과 뒤섞여 있을 수 있다. 문 전 대표 본인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권 말기를 돌아보면 사상 최대 표차로 정권을 내주고 한때 ‘폐족’을 자임했던 세력 아닌가. 친일세력의 후손 중에 민주화에 헌신한 사람도 있고, 산업화의 주역 중에 독재정권에 부역한 사람도 있다. 결국 ‘적폐’의 규정이 자칫 자신들만 ‘선’이고 상대는 ‘악’으로 몰아붙이는 독선과 패권주의, 진영 논리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적폐 청산’의 방법론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문 전 대표는 “법을 통해 노력하겠지만 만약 (국회에서) 법 통과가 안 된다면 대통령이 가진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첫해부터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폐라고 지칭할 정도면 특정 정치집단이 단독으로 청산할 수준은 아닐 것이고, 따라서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더구나 ‘법’이 뒷받침하지 않는 ‘대통령이 가진 모든 수단’이 국가정보원,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동원을 의미한다면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적폐를 쌓는 꼴이 되고 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 해체, 권력형 비리 사정, 금융실명제 실시 등의 적폐 청산과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 지지와 국민 절대다수가 공감하는 청산 대상의 선정이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를 불과 57만 표 차이로 앞선 48.8%의 득표율로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진영 논리가 강한 국가보안법 등 ‘4대 악법’ 철폐를 추진하다 국정 운영에 발목이 잡혔다. 문 전 대표도 적폐 청산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 지지’와 관련, 광장의 목소리를 강조하지만 임기 내내 국정 운영을 광장에만 의존할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지지는 득표율과 국정지지율이고, 협치나 연정을 통해 국회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의원 수다. 원칙을 타협해서는 안 되지만 타협을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 많이 본 기사 ]
▶ “단란한 가정 꿈꿨다”… 결혼식 올렸는데 유부녀 ‘날벼락..
▶ 최시원 여동생 “개가 사람들 물어 교육받는다”…SNS 글 ..
▶ 아동포르노 범죄 수사중 잡은 20대男 집에서 발견…
▶ 금리인상 예고…‘유동성 잔치’ 끝나고 ‘긴축의 고통’ 온다
▶ 유명 한식당 대표 사망… ‘목줄 없는 개’ 공포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결혼중개업법 위반 처벌받은 소개업체 되레 피해자들에게 위약금 소송전국 20명가량 피해…“단란한 가정 꿈꿨다 풍비박산” 법적대응 움..
mark아동포르노 범죄 수사중 잡은 20대男 집에서 발견…
mark낮엔 ‘친박’ 태극기집회… 밤엔 ‘MB구속’ 촛불집회
文대통령 “신고리 5·6호기 건설 속히 재개…탈..
6살 조카 상습 성폭행 큰아버지… “반성도 안해..
금리인상 예고…‘유동성 잔치’ 끝나고 ‘긴축의..
line
special news 최시원 여동생 “개가 사람들 물어 교육받는..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30)이 유명 한식당 대표가 자신의 가족 반려견에게 물린 뒤 ..

line
홍준표, 서청원 반발에 “노추로 비난 받지 말고..
‘바른정당 통합론’ 드라이브 거는 安…당내 반..
길 묻는 척 여학생 유인…전자발찌 차고 또 성..
photo_news
한고은, “왜 개 안락사 논하나” 주장했다 논란 일자 사과
photo_news
‘문재인 친필 사인 시계’ 바자회서 420만원에 낙찰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30) 60장 회사가 나라다 - 3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구두쇠와 스님
mark남자가 지킬 10가지
topnew_title
number ‘상금왕’ 토머스, 첫 연장 우승…CJ컵 초대 ..
탈 많은 KLPGA 메이저대회…2R서 선수 10..
사립대-교육부 입학금 폐지 합의 무산…대학..
유명 한식당 대표 사망… ‘목줄 없는 개’ 공포
순간 28.7m 강풍…가로수 넘어지고 하늘·바..
hot_photo
화려한 연예계의 극심한 소득격..
hot_photo
손예진부터 고현정까지… ‘안방’..
hot_photo
“와인스틴 한 짓 알고 있었다…옛..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