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이제 거의 다왔어… 녹슨 배도 닦아주고 싶네”

- 동거차도 미수습자 가족들

작업중단위기에 한때 침울
‘장애물 제거’ 소식에 안도
“밥먹고 힘내 꼭 찾을겁니다”

24일 오전 세월호 선미의 부서진 ‘램프’(배와 선착장을 연결하는 통로) 제거가 완료되면서, 인양 지연 가능성에 불안해하며 밤을 새우던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또다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오전 6시 45분 “램프 절단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은 세월호 선체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램프 절단 작업이 완료되면서 가족들의 표정에 희망이 돌아왔다. 인양 현장에서 1.7㎞가량 떨어진 어업지도선 ‘무궁화 2호’에서도 밤을 새우며 램프 제거가 끝나기를 기다린 미수습자 가족 10여 명도 모처럼 미소를 되찾았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식당칸에서는 웃음소리도 새어 나왔다. 단원고 미수습자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는 “이제 배가 거의 나왔네. 저 배를 좀 닦아줬으면 좋겠다. 너무 지저분해서”라며 “밥 먹고 힘내서, 우리 딸 꼭 찾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인 미수습자 권재근·혁규 부자의 가족 권오복 씨는 “인양에 차질이 생겼다니 막막했는데, 이제 작업이 거의 끝났으니 목포신항으로 옮기는 일만 남은 것 아니냐”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동거차도 야산 정상에서 멀리서나마 세월호 인양 현장을 지켜본 유가족들도 차분히 등산로에 달린 노란 리본들을 정비하고, 세월호 맞이 준비를 시작했다. 이들은 “날씨가 맑고 파고도 아직 낮은 편이라 다행”이라며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올려 목포까지 빠르게 선체가 인양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10시 “인양 과정에서 램프 잠금장치가 망가져 열린 것을 확인했고, 24일 오전까지 램프를 제거해야 이날 중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해양수산부 발표가 나오자, 전남 진도 팽목항과 동거차도에 있던 유가족들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오전까지 순조롭다 싶었는데, 중간에 진척이 없었던 이유가 이거였나 보다”며 숨을 죽였다. 유가족들은 “이 같은 상황은 참사 이후 3년째 반복되지 않았느냐. 지금 최선을 다하는 현장을 믿고 기다려보자”며 서로를 북돋웠다.

한편, 24일 오전 7시 세월호가 인양되며 인근 해역에서는 우려했던 얇은 기름띠가 발견됐다. 23일 해수부와 해경이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50ｍ 간격으로 3중 ‘오일펜스’를 설치했고 동거차도 어민들도 기름 방지 작업을 도왔으나, 인근 양식장에서 미처 제거하지 못한 기름이 발견됐다.

동거차도=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