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구속 예외 안돼” vs “도주 우려없어 불구속해야”

- 朴 영장 놓고 엇갈린 법조계

“증거인멸 진행 중이라 판단
공소유지 위해서도 구속해야”

“법률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
대선前 왜곡된 해석도 우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필요성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구속 사유가 명백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구속 요건을 만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오영근 전 한국형사법학회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24일 “법리적으로만 본다면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증거 인멸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며 “구속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듯 보여도 구속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구속의 예외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돈을 뺏겼다’고 주장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이 됐는데, 돈을 내놓으라고 해서 받은 사람은 당연히 구속돼야 하는 것”이라며 “둘 다 범죄 혐의가 있지만, 뇌물을 준 사람을 구속한 상태에서 더 중죄가 될 수 있는 ‘받은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소유지를 위해서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다른 관계자들을 기소할 때 박 전 대통령과 공범이라고 적시해 놓았는데, 그 핵심에 있는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다면 공소 유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검찰이 충분히 법리적으로 정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노 교수는 “특히나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가 적용된다면 공소 사실의 핵심 인물을 불구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형사사건의 대원칙인 ‘불구속 수사 원칙’이 박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병일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검찰에 소환까지 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법원에서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따져보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직 대통령이라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면 해야 하겠지만, 우리 법률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데다가 현재 자택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에게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장 교수는 “대선(5월 9일)을 목전에 두고 구속 수사를 하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자극할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왜곡된 해석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연·김리안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