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 자리 비운 사이 아동 추락死 “처벌은 어려워” vs “혼자 둔 것은 잘못”

60代 할머니 임시로 돌보던중
4세아이 베란다 밖으로 떨어져

지난 15일 오후 6시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7층에서 A(4) 군이 추락했다. A 군은 베이비시터 B(여·67)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24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A 군은 추락 당시 집 안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B 씨는 이날 자신의 집에서 A 군을 돌보다 오후 5시 45분쯤 같은 동 17층에 있는 A 군의 집에 들르기 위해 10여 분간 외출했다. A 군 어머니의 퇴근 시간에 맞춰 A 군 집 전기밥솥의 ‘취사’ 버튼을 누르는 것도 B 씨의 업무였기 때문. B 씨가 다시 7층 자기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현관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아이는 이미 추락한 뒤였다.

게다가 B 씨는 정식 베이비시터도 아니었다. 본래 A 군은 B 씨의 딸이 돌봐 왔다. B 씨는 결혼식 참석차 미국에 간 딸을 대신해 A 군 부모의 동의를 받고 지난 13일부터 2주 동안 오후 4시 30분∼7시 30분 사이에 A 군을 돌보기로 했다. 그런데 B 씨가 A 군을 맡은 지 3일 만에 비극이 생기고 말았다. B 씨는 “금방 다시 내려올 거니까, 잠깐 사이에 큰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로 아이를 혼자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은 A 군이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스스로 문을 열다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B 씨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로 이어졌다는 정황 증거를 찾기 어려운 만큼, 임시 베이비시터 B 씨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A 군을 학대·방임한 것은 아니었고 B 씨도 크게 충격받은 상황이라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의 배경에 자리한 진짜 문제는 ‘절대 아이를 혼자 두고 자리를 비워선 안 된다’는 경계심 자체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은 “B 씨는 부모가 없는 시간 동안만큼은 일종의 ‘부모 대리인’”이라며 “4세 아동이라면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나이다. 절대로 홀로 아동을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12세 미만의 어린이를 혼자 두면 ‘방임 학대’로 보고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선 ‘7세 이하의 아동은 잠시도 혼자 두면 안 된다’는 나이별 보호 지침도 두고 있다. 부모나 보호자 없이는 자동차, 놀이터 등에도 혼자 있을 수 없다. 아이 주변의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그 위험에 즉각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김성훈·김현아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