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의회는 ‘中 규탄’ 超黨 결의안…한국 국회는 뭐 하나

관광·한류·롯데·통관 등 중국의 전방위적 사드 보복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23일 미국 하원이 중국의 이런 조치를 규탄하는 초당적(超黨的) 결의안을 발의했다. 의원 개인이 규탄 성명을 낸 적은 있으나, 미국 공화·민주 양당이 함께 의회 결의안을 발의한 것은 처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공식 방문을 앞두고 미 의회가 중국 정부에 보내는 경고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안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중국이 사드 배치를 중단시키기 위해 한국 기업과 국민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부적절한’ 보복 조치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22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 중국이 주변 국가들을 ‘조공국(tribute-nation)’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일본 방문 때는 ‘명나라의 책봉 정책’이라고도 했다. 중국 의도대로 되면 한국이 자칫 명·청나라 때의 조선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한·미 동맹의 위협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중국의 대(對)한국 경제 보복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수 지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중국의 일부인 홍콩에서조차 합리적 반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한국 국회는 보이지 않는다. 바른정당이 지난 7일 ‘사드 보복 중단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3당 의원 24명은 6일 ‘사드 배치 강행 중단과 국회검증특위 촉구 결의안’을 먼저 내놨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북핵을 막기 위한 것이며, 안보 주권 사안이다. 설령 사드 배치에 이견이 있더라도 한국 기업과 국민에 대한 중국의 부당한 침탈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맞서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책무다. 요즘 국회 상황은 임진왜란 직전 일본의 침략 의도를 놓고 정파적으로 견해가 대립했던 동인·서인 꼴이다. 북핵 위협과 주권 침탈에 입 다물고, 심지어 상대방을 이롭게 한다면 그 자체로 반(反)안보 반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