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에든버러협회의 ‘비밀 아지트’ 뮤어필드… ‘디 오픈’ 때만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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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19세기 말 대회 풍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PGA챔피언십이 열렸던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골프클럽. 967개의 벙커와 깊은 러프가 있는 ‘지옥 코스’로 유명하다.

유서 깊은 골프장으로의 여행

골퍼라면 살면서 한 번쯤 찾아봐야 할 유서 깊은 골프장을 마음속으로 꼽는다. 기회가 된다면 세계 곳곳의 전통과 테마가 있는 골프장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 싶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하며 여행을 떠나본다.

골프의 모든 출발은 ‘골프의 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 코스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에 못지않은 유적지 뮤어필드를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4번 홀 벙커와 전경이 올드 코스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숨어 있는 벙커도, 솟아오른 언덕도,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샷이 있는 곳도 아니다. 나무라고는 몇 그루밖에 없고, 워터 해저드라고는 한 곳도 없다. 그래서 이곳은 골퍼들의 정직한 샷을 요구한다.

300여 년 전 최초의 골프동호회인 에든버러 협회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리스 골프장을 거쳐 1891년 이곳 뮤어필드에 자리 잡은 이래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비밀스러운 조직답게 오직 회원들끼리만 공유하면서 디 오픈만 개최하는 다분히 폐쇄적인 골프장이다. 그동안 여성에겐 ‘게스트’로만 입장이 허용돼 비난을 받았던 곳이다. 예외적으로 화요일과 목요일에 한해 여성은 남성을 동반하는 조건으로 라운드를 허용했을 뿐이다. 이도 1년 전에 예약해야만 하는 조건부다.

스코틀랜드 옆 북아일랜드는 어떨까. 로리 매킬로이와 그레임 맥다월 같은 대형 선수들을 배출한 이곳 골프장들은 스코틀랜드보다 수려함에서 앞선다. 로열 카운티다운 골프클럽은 1889년 세워진, 북아일랜드에서는 최고(最古) 골프장이다. 올드 코스처럼 해안가를 끼고 있으며 뒤로는 웅장한 몬 산맥 산봉우리에 감긴 초원 위의 골프장이다. 프라이빗 클럽이지만 일반인에게도 부분적으로 문호를 개방한다. 성수기에는 200∼300파운드의 그린피를 요구하고, 겨울에는 60파운드 정도로 내려받는다. 다만 멀고 먼 나라여서 여행 경비가 더 드는 게 흠일 뿐이다.

유럽 대륙에서는 세베 바예스테로스를 배출한 스페인 남부 해안의 오래된 도시인 안달루시아로 향한다. 1974년에 세워진 발데라마 클럽은 고풍스러운 참나무와 자연적으로 생성된 폭포가 절경인 유럽 최고의 골프장이다. 방문객에게도 제한적으로 라운드를 허락하지만 1인당 471달러의 그린피를 내야 한다.

신대륙 미국에서는 뉴욕의 시네콕 힐을 먼저 찾아야 한다. 1894년 미국골프협회(USGA)를 창시한 골프장 5곳 중 하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물론 철저한 사설 골프장에다 일반인은 허락지 않는 곳이지만 유서 깊은 이 골프장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 대신 인근 뉴저지주에 위치한 파인밸리로 발길을 옮겨보자. 1913년 개장 이래 전 세계 골퍼들로부터 수십 년 동안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코스 1위에 올라 있다. 930명의 엄선된 명망가들이 회원으로 구성되지만 여성 회원은 없다. 여성 입장도 일요일 오후에 한해 방문객의 자격으로 회원과 함께 겨우 코스를 구경할 수 있을 뿐이다. 칠 수 없는 곳이기에 꼭 치고 싶은 코스 1위로 선정된 것 같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파인허스트에는 메이저대회가 개최되는 ‘넘버 2코스’가 있다. 375달러의 그린피와 별장 숙박료 398달러를 내면 플레이가 가능하다. 미국 중부 지방으로 가면 위스콘신주 미시간호를 낀 링크스 코스 휘슬링 스트레이츠가 있다. 영국의 갈대 언덕이 그대로 재현됐으며, 지구상 18홀 골프장 가운데 가장 많은 967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옆의 블랙 울프 런 코스는 박세리가 1998년 맨발의 투혼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갈 곳은 서쪽 태평양을 끼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페블비치. 너무도 유명한 퍼블릭으로 1919년 만들어진 명문골프장인데 17마일 구간의 바닷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안쪽에 자리 잡은 골프장에 다다른다. 내가 친 공이 바닷가로 빠지는 아찔함을 제공하는 이곳은 스파, 호텔 등 숙식을 함께하는 패키지로 2000달러는 줘야 한다. 물론 굳이 골프만 고집한다면 450달러면 가능하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