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제로 지자체를 찾아서>경전철 등 8000억 빚… 경비절감 ‘마른 수건 짜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용인경전철이 지나는 경기 용인시청사에 8000억여 원의 채무 상환 소식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용인시 제공

③ 용인시

상수도 등 지방채 4550억
역북지구 개발사업 3661억
2014년엔 부채 8211억까지

무리한 경전철,재정 최대위기
2012년 5153억 지방채 발행

복지포인트·직원 수당 등 삭감
투자 축소·유휴 공유재산 매각
2년만에 빚 모두 갚아 건전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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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며 한때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경기 용인시. ‘전국 채무 1위’라는 오명 속에 절치부심한 끝에 2년여 만에 빚을 모두 갚아 그 행정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는 지방자치 민선 6기 들어 정찬민 시장 취임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눈덩이 같던 빚을 청산, 현재 재정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지 않던 ‘불교부 단체’로서 지난해 단행된 정부의 지방재정 선진화 조치 이후 타격이 불가피해졌지만, 시는 긴축재정으로 돌파할 모양새다.

◇어쩌다 빚더미에 올랐나 = 정 시장이 취임한 2014년 7월 당시 용인시가 갖고 있던 채무는 8000억 원을 웃돌았다. 일반회계상에는 경전철 외에 12건의 사업으로 4510억 원, 특별회계로는 상수도 시설공사 등 2건에 40억 원 등 지방채 4550억 원이 있었다. 역북지구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용인도시공사의 금융기관 차입자금 3209억 원, 용지보상채권 89억 원 등 3298억 원의 채무도 고스란히 용인시의 몫이었다. 여기에 금융이자 363억 원까지 포함해 부채는 8211억 원까지 불어났다. 용인시 재정의 최대 위기 요인은 무리한 경전철사업이었다. 시는 2012년 용인경전철㈜에 투자비용을 돌려주기 위한 명목으로만 5153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캐나다 봄바디어사(社)가 주주인 경전철 운영주체 용인경전철㈜과 시설 건립비용 부담을 둘러싼 소송에서 패소한 데다 경제성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건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인허가와 공사과정에 대한 사정 당국의 수사가 이어졌고, 이정문(한나라당) 전 시장과 직원들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경전철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시는 경전철의 정상적인 운용을 위해 정치권에 호소하고 시민에게도 힘을 보태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용인시의 재정은 골병이 들어갔다.

◇채무 청산 어떻게 했나 = 정 시장은 취임 이후 눈앞에 닥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기 내 채무 제로화’를 선언하고 긴축재정을 하는 등 엄격한 채무관리계획을 세웠다. 대대적인 경상비 절감과 대규모 투자사업 축소 등 혹독한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5급 이상 공무원은 기본급 인상분을 자진 반납하고 직원들은 맞춤형 복지 포인트를 50% 삭감했다.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업무추진비나 초과근무수당, 일·숙직비, 연가보상비, 여비, 수용비 등 각종 수당도 25~50%까지 삭감했다. 비품 구입비를 절감하기 위해 사무용 집기를 중고로 매입하고, 장기 근속직원들에게 주어지는 해외여행도 대폭 줄였다.

시민체육공원과 같은 수천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은 시기를 늦추거나 축소하고 사전재정심사 및 지방재정 투·융자사업의 심사제도를 강화해 시급하지 않은 사업을 제한했다. 세수 증대를 위해 체납세 징수율을 높이고, 유휴 공유재산 매각을 통해 세입을 확대했다. 이자가 높은 차입금은 조기 상환하거나 경기도 지역개발기금 등 저리의 차입처로 전환해 이자를 절감하고 복지와 교육 분야 지원도 줄였다.

고질적인 미분양으로 시의 재정에 부담이 됐던 용인도시공사의 역북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정 시장이 직접 홍보팸플릿을 들고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이동면 덕성산업단지(현 용인테크노밸리)도 현재 부지 완판(완전판매)을 앞두고 있다. 시는 지난 2006년 산단으로 확정된 이동면 덕성리 일원 137만8185㎡에 사업비 4500여 억 원을 들여 2015년 6월까지 대규모 산업시설을 갖춘다는 구상을 했다가 토지 보상 지연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에 정 시장이 직접 건설사와 투자사를 상대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지난해 6월 기공식에 이어 최근 분양률이 93%에 달하는 등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안정된 재정 상황, 어떻게 운용되나 = 시는 채무 청산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안정적인 재정 운용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정부가 추진한 ‘지방재정개편’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다. 이 때문에 시는 당분간 건전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조정교부금 축소와 향후 경제성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세입 감소에 대비해 재정안정화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 중이다.

다만 채무 상환에 따른 여유분은 그동안 채무 청산 탓에 미흡했던 교육·복지·도시정비 등 3대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교육 분야의 경우 지난해보다 56% 늘어난 479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낡은 학교 시설 개선과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복지 분야에서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건소에 ‘원스톱(one-stop) 모자보건 서비스’를 운영하고 출산장려금,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사업을 확대한다.

용인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