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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9일(水)
“심장수술 3주만에 깨어나 다짐… ‘신춘수標 작품’ 만들고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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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수 대표가 지난 17일 자신이 제작한 라이선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머더 포 투’ ‘드림걸즈’ 포스터 앞에서 웃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그리고 ‘캣츠’.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작품들이다. 뮤지컬 한 번 안 봐도,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제목. 매킨토시에게 평생 부와 명예를 안겨준(지금도 매일 축적되고 있다) 이 4편의 뮤지컬은 모두 그의 30대에 만들어졌다. 세간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인들이나, 기록에 남겨진 천재들의 삶이 대부분 그렇듯, 매킨토시 역시 가장 반짝이던 짧은 시기에 평생 남을 훌륭한 성과물을 낸 것. 한국의 매킨토시를 꿈꾸며 오늘도 ‘토니상’(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오르는 상상을 하는 남자가 있다. 뮤지컬 프로듀서이자 제작자인 신춘수(49) 오디컴퍼니 대표. 그에게 한국 대표 프로듀서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작품도 매킨토시처럼 30대에 만들어졌다. 과장해서 ‘한국의 매킨토시’라고 허풍을 좀 떨어도 되지 않을까. 배우 조승우의 대표작이기도 한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다. 모두 2000년대 중반에 국내 공연계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공연되며 국내 공연 팬들에게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디컴퍼니 본사에서 신 대표를 만났다.

◇ 칸영화제 꿈꾸던 청년, 토니상 바라보는 뮤지컬 프로듀서로 = “이탈리아 감독 비토리오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이란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처음 생각했어요. 영화인들의 꿈인 칸에 가서 상도 받고, 하하. 10대 때부터 줄곧 그런 꿈꾸면서 다른 예술 분야에 관심이 생겼죠. 공연도 그중 하나였는데, 평생 밥벌이가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요.”

신 대표는 본래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2011년 뮤지컬 영화를 연출하고 출연도 했지만 20년 동안 공연만 해온 베테랑 뮤지컬 프로듀서다. 실제로 영화 조연출로 활동했었다는 게 흥미롭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라는 유명한 1990년대 흥행작이다. “당시 많은 젊은 영화인들이 각자의 색깔을 찾아가던 시기였어요. 이 영화에 참여한 감독도 제작사도 모두 ‘처음’ 같은 풋풋함이 있었죠. 당시 조감독이었던 박찬욱 감독과 배우 강석현만 빼고 말이에요. 그때 제가 연출부 막내였죠.”

당시 이 영화는 음악도 굉장히 히트를 했다.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온통 에너지를 쏟는 분위기여서 본인도 당연히 영화감독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선 공연계에 발을 푹 담그며 영화계와 멀어졌다. 젊은 치기에 도제식 교육도 견디기 힘들었고, 또 어떻게 하면 빨리 튀고 빨리 성공할까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떠나게 됐다.

“20∼30대는 방황으로 점철돼 있어요. 원하는 걸 가지지 못했던 시기라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그래서 몸을 혹사했죠. 예술 하는 사람들이 많이 그러잖아요. ‘나 천잰데 왜 세상이 안 알아주지’ 하는 거, 하하. 20대 후반에 쓰러져서 심장 수술을 받고 3주 만에 깨어난 적이 있어요. 그때 생각했죠. ‘신춘수표’ 작품을 만들고 죽자고. 그러면서 30대 초반에 일찌감치 독립해 뮤지컬 제작사(오디컴퍼니)를 만들게 됐죠.”

◇ “세상은 잘된 것만 기억하잖아요”…대한민국에서 상업 프로듀서로 사는 법 = 손대는 것마다 ‘대박’ 아니면 최소한 ‘중박’을 치는 미다스의 손, 그리고 조승우, 류정한, 정성화 등 좋은 배우를 발탁해 길러내는 재능 등 요즘 공연계에선 그를 두고 ‘경지에 오른 공연계 선수’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해외 유명 작품의 라이선스를 사들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작해 현지보다 더 높은 인기를 얻게 하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런데 그의 첫 작품은 사실 아주 소박한 창작 무대였다고. “실패를 엄청 많이 했는데, 세상은 잘된 것만 기억해 주잖아요. 셀 수 없이 많아요. 그래도 첫 제작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죠. ‘안녕 비틀즈’라고 홍대 인디밴드의 사랑 이야기였는데, 당시 실제 밴드가 곡을 쓰고, 무명 작가가 대본을 썼죠. 지금도 그 대본이 있어요. 1998년이었는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무작정 공연을 올렸던 기억이 나요.”

그가 해외 라이선스 작품과 처음 만난 건 서울시뮤지컬단의 ‘아가씨와 건달들’이다. 아직 국내 공연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라, 완성도 높은 작품이 드물던 시절. 해외 유명 작품의 수준은 확실히 달랐다. “아, 이렇게 좋은 음악과 구성을 가진 다른 작품들이 많겠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뮤지컬에 완전히 푹 빠지게 됐어요. 고전 뮤지컬이 좋아요. 음악도 좋고, 이야기도 행복하고. 아, 그때는 사랑 얘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는데 말이죠.” 지금 수많은 관객이 만나고 있는 신춘수식 뮤지컬, 즉 레플리카(복사본)가 아닌 라이선스 재창작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 토드 등의 청사진은 바로 이때 그려진 셈이다.

◇ 인생 최고의 뮤지컬은 맨 오브 라만차 그리고 레미제라블 = 흔히 공연 마니아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일컫거나 특정 배우가 정말 혼신을 다해 톱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뮤지컬을 ‘인생 뮤지컬’ ‘인생 캐릭터’라고 부른다. 신 대표의 인생 뮤지컬은 뭘까. 그는 두 작품을 꼽았다. 하나는 직접 제작해 국내 공연 시장의 스테디셀러로 만든 맨 오브 라만차이고, 또 하나는 세계적인 제작자 매킨토시의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레미제라블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지킬 앤 하이드와 함께 그를 국내 대표 (그것도 흥행에 성공한)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하게 한 작품이다. 그 때문이 아니라, 신 대표는 정말로 이 작품이 좋다.

“맨 오브 라만차 공연 중에는 극장에 자주 가서 보는데, 오케스트라 선율 처음부터 끝까지 뭉클해요. 레미제라블은 어떤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지요. 아직까지 그 작품처럼 전 세계에서,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또 있나요? 궁극적으로 그런 걸 만들고 싶어요.”

레미제라블에선 특정 넘버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모든 곡이 마음에 든다. 맨 오브 라만차에선 극 중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가 되어 부르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장 사랑한다. 지킬 앤 하이드에선 지킬 박사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부르는 ‘지금 이 순간’이 큰 울림을 준다고 했다. “그렇다고 평소에 뮤지컬 음악만 계속 듣는 건 아니고요. 회사에선 직원들이 추천해 준 힙합도 들어요. 어쩌다 라디오에서 뮤지컬 음악이 흘러나오면 너무 신나고 흥분돼요, 하하.”

그가 꼽은 뮤지컬들의 공통점이 있다. 문학이라는 원작이 있다는 것. 그는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 사실 요즘 트렌드는 아니다”면서도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작품들은 모두 문학을 원작으로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작품들이 생명력이 길다”고 했다. 그래서 ‘닥터 지바고’를 올렸고, (이미 다른 제작사에서 만든) ‘도리안 그레이’도 리스트에 있었다. 현재는 ‘위대한 개츠비’를 고려 중이다.

◇ “자서전 낼 생각 없어요. 뮤지컬 실용서라면 또 모르죠.”…열정의 후배들에게 = 1∼1.5세대와 함께 국내 뮤지컬 시장을 일궈온 2세대 대표 프로듀서이니, 자서전 격 에세이 한 권쯤 나왔을 법도 하다. 그런데 신 대표는 “자서전은 낼 생각이 없다”고 했다. “계약 요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엄청 많았어요. 바빠서 못 쓴다고 거절했는데 도와줄 작가를 붙여 주겠다는 출판사도 많았죠. 그렇게 쓰는 건 절대로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고요. 하지만 실용적인 프로듀싱 책이라면 언젠가 후배들을 위해 꼭 출간하고 싶어요.”

신 대표는 아직 공연 시장이 무르익기 전에 자신이 맨땅에 헤딩하듯 올렸던 무대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서 겪은 것들을 종합해서 실제로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내고 싶다. 그는 “20대의 방황까지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시점이 되어야 할 것 같다”며 “지금은 거기까지 에너지를 못 쓰겠다. 대학교수직도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전했다. “뮤지컬 외에 힘을 쏟는 걸 정말 피해요. 제일 약한 게 인간관계인데 비즈니스로 사람 만나는 걸 정말 못해요. 그래서 회사를 설립할 때 다짐한 게 ‘정말 일 잘하자’였어요. 내가 먼저 사람을 찾지 않으니, 저들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죠.”

공연 일을 하려는 미래의 창작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라”는 것. 그는 “인생을 즐기고 여행을 많이 하며 삶을 더 체험하라”고 했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도 좋죠. 절대적이진 않지만, 그게 무엇을 하든 바탕이 되니까요. 또 공연을 그저 즐겼으면 해요 우선은. 분명한 건 이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이건 관객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에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일상을 벗어난 체험으로 즐기세요. 하지만 뮤지컬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고 즐길 거리가 세상에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알았으면 해요.”

◇ “우리도 ‘라라랜드’ 같은 영화 하나 있어야죠”…영화감독 꿈은 현재진행형 = 영화감독에서 뮤지컬 제작자로 ‘뜻밖의’ 길을 걷게 됐지만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아직 영화에 대한 열망을 접은 게 아니니까요.” 그가 처음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엔 리얼리즘 영화를 찍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다. 2011년 ‘멋진 인생’으로 뮤지컬 영화 연출을 경험한 바 있지만,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라라랜드’를 예로 들며 “한국에서도 이제 장르 영화가 나올 만한 때가 아닌가”라고 했다. “영화 시장은 어마어마하죠, 공연 시장도 무르익었죠. 사실, 같이 뮤지컬 영화를 하자는 사람들은 꽤 돼요. 제가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는 걸 다들 잘 알고,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 적임자라고 여기는 거겠죠.”

지난해 박용호(에이리스트코퍼레이션 공연부문 대표) 프로듀서와 스위니 토드를 공동 제작해 새로운 협업 방식을 제안한 바 있는 신 대표는 뮤지컬 영화 역시 협업 방식을 택할 예정이다. 이미 영화화하기 위해 원작을 확보한 작품도 여럿 된다. 남은 건 훌륭한 파트너. “젊을 땐 내가 다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장르에 대한 이해가 깊은 파트너를 만나 장점을 살리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 다섯 살 딸 보며 ‘좋은 시민’ 되자 결심…“요즘 저더러 좌파 되는 거냐고들 물어요” = 공연과 관련해 해외 출장을 자주 가다 보니, 신 대표는 진즉에 ‘밀리언 마일러’가 됐다. 2∼3년 전만 해도 미국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반년에 가까웠고, 최근엔 중국을 자주 방문한다. 아침에 출발했다가 밤에 돌아오는 하루짜리 출장도 잦다. 그래도 요즘엔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꽤 길어졌다. 가능하면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특히 딸과 보내는 시간이 매우 행복하다.

그는 “욕심과 야망이 앞서던 30대에 비해 지금은 일보다 더 소중한 가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며 “딸을 키우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어떤 질문들을 받고 있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제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엄청난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시민’이 되어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싶다고 느껴요. 딸을 보면서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누군가는 ‘갑자기 좌파가 되려고 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런 차원이 아니고요, 그저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진 것뿐이에요.”

사회를 향한 시선을 여러 각도로 바꿔 놓을 만큼 딸은 지금 신 대표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이고, 모든 영감의 원천이다. 그런데 주말뿐이지만 육아는 몹시 힘들다. “가끔 도망쳐요. 아, 이건 비밀인데…일 있다고 집을 나와버리기도 해요, 하하. 그렇게 모자란 저 자신을 보며 반대로 어머니란 존재의 위대함도 깨닫고 있지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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