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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황진선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9일(水)
‘선출 권력’ 심판한 ‘임명 권력’의 正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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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은 세계적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 자체로 희귀한 일인데다 ‘임명된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심판해 끌어내린 엄중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와 탄핵 제도를 창시한 미국의 230년 헌정사에도 탄핵을 심사한 적은 있지만 가결한 적은 없다. 게다가 미국의 탄핵 확정 기관은 선출된 권력인 ‘상원’이므로 한국보다 덜 파격적이다. 그만큼 헌법수호기관으로서 헌재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러나 헌재 체제가 취약하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줄곧 ‘8인 재판관 체제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규정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9인 재판이 더 공정한 것은 말할 나위 없다. 8인 체제는 헌법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위헌법률심판사건의 인용 요건을 9명 중 6명에서 8명 중 6명으로 가중한다. 그러다 보니 헌재 스스로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위헌 여부 결정을 미룰 때가 많다. 이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2011년 7월 조대현 재판관이 퇴임한 뒤 장기 공석 상태가 됐을 때, 다음 해 3월까지 헌재가 내린 위헌 결정(헌법불합치, 한정위헌 포함) 비율은 2.4%였다. 바로 전 같은 기간 4.7%의 절반 수준이었다.

헌법재판소법 제6조 3항에서는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 만료일 또는 정년 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념을 포함한 재판관 후보의 적격 여부를 놓고 여야가 부딪치면 한동안 후임자를 임명하기가 쉽지 않다. 조대현 재판관의 후임은 무려 400일 넘게 임명되지 못했다. 특히 내년 9월에는 재판관 5명이 동시에 퇴임한다. 이는 1987년 헌법에 따라 1988년 9월에 헌재가 출범하면서 재판관들의 6년 임기가 동시에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2년 9월에도 재판관 후보 5명 중 한 사람의 적격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바람에 다른 후보들의 인사청문 심사경과 보고서까지 채택하지 못해 헌재의 기능이 정지된 적이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재판관 공석을 막기 위해 오스트리아처럼 예비재판관을 두는 헌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재판관과 변호사의 겸업 허용으로 발생하는 이해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다. 헌재는 독일연방재판소처럼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전임자가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개헌특위에 개진했다. 박 전 대통령 심판에서 드러났듯이,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탄핵 절차에 어느 범위까지 준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대립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좀 더 분명히 규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

헌법 해석이 사회 변화를 잘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확대가 긴요하다. 엘리트주의를 경계하고, 서민 법감정도 반영해야 한다. 개헌이 현실화하면 변호사 단체 임원이나 법학 교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시민단체 간부 등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대법원장이 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에 기초한 헌재 구성에 반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헌재연구원은 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지명하고 나머지 6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은 반대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다양성’이 정파적 재판관의 기용 통로로 활용될 여지는 경계해야 한다.

헌법재판은 궁극적으로 국민주권주의와 기본권 보장, 권력분립의 원리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임명된 권력’인 헌재의 정당성은 이런 헌법재판을 통해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사후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 있다. 1988년 헌재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국민과 사법부, 헌법학자들까지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동안 헌법재판을 통해서 헌법을 수호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점차 그 위상과 평가가 높아졌다는 것을 새겨야 한다. 내년이면 헌재 탄생 30주년을 맞는다. 5월 10일이면 헌재 결정과 조기 대선에 따른 새 정부가 출범한다. 이런 시의에 맞춰 헌재도 민주주의의 발전과 기본권 신장에 더 잘 기여할 수 있도록 체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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