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리더십>靑 폐쇄구조 리모델링 ‘불통의 벽’을 허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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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자문위원 제언 ②

본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비서동서 500m 거리에 위치
긴급 토론·상시 대화 힘들어
美·日 등은 같은 건물에 있어

日 집무실 1층에 회견장… 대중에 늘 노출
덴마크 총리실·의회·대법원 한 宮에 집결

또다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87년 체제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해져 있던 시기나 방법과는 다른 선택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청와대 리모델링은 이럴 때일수록 놓치지 말아야 하는 핵심적인 점검 사안이다. 사람과 사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이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이러한 현상을 ‘경로의존성’으로 규정했다. 과거의 관행적 패턴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몰락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소통의 부재라는 데 우리는 모두 동의한다. 소통의 부재는, 국민과의 만남을 불편해하고 힘들어한 자연인 박근혜 특유의 심리적 요인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핵심 참모들과의 거리적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청와대 본관을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느꼈겠지만, 본관의 분위기는 언제나 썰렁하고 인정미가 결핍돼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본관과 비서들이 모여 있는 위민관 사이의 거리는 500여m에 이른다. 이 거리가 결국은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불신과 심리적 단절을 차곡차곡 쌓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방문하려면 동쪽에 위치한 연풍문을 통해서 들어가게 되고, 그 게이트를 들어서면 비서동인 위민관 3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사무실이 워낙 좁고 환경이 열악해 여기서 어떻게 국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이 만들어질까 싶고,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본관으로 가서 대통령과 상시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집무 공간인 오벌오피스는 주요 참모들이 근무하는 웨스트윙의 품속에 위치한다.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 비서실장, 각종 분야의 고문, 대변인, 안보보좌관에 둘러싸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소통이 일상화돼 있다. 백악관 청소부와 하이파이브를 하던 오바마, 백악관을 방문한 초등학생과 머리를 부딪치며 눈높이를 맞추던 오바마, 심지어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할 때 백악관 상황실에서 낮은 의자에 몸을 싣고 방의 주인을 고집하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2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총리공관은 5층짜리 단일 건물로 4층과 5층에 총리 집무실, 관방장관 및 부장관 집무실을 포함해서 각종 회의실과 집무실이 모여있다. 같은 건물 2층에 손님맞이 리셉션룸이, 1층에 기자회견장이 위치해 있어 총리는 대외적으로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개방성이 일본 국민 사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높은 인기가 유지되는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행복지수 세계 1위, 청렴지수 세계 1위, 가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세계 1위인 덴마크는 지도자와 국민의 소통도 세계 1위를 자부할 만하다. 최근 어느 방송에서 정치선진국 덴마크라는 주제로 매우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 여러 명이 개도국 어린이의 공부할 권리를 지켜주려면 덴마크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잠시 후 현장으로 달려온 덴마크 총리는 아이들의 주장을 끝까지 경청한 다음 매우 진지하게 답변에 응했다. 수도 코펜하겐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르네상스 양식의 오래된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에는 총리실, 의회, 대법원이 모두 같은 자리에 있어서,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정치지도자들 간 소통이 일상화돼 있다.

지금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 집무실의 정부청사 이전,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 수도 이전 등 다양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들이 핵심을 비껴가서는 안 된다. 소통의 부재가 현재 한국사회의 비극을 초래했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우선 청와대를 리모델링해 대통령과 참모진, 청와대와 국민 간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를 좁혀야 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