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대통령 영장심사>변호인 “사실상 자택 감금 상태… 무슨 도주냐” vs 검찰 “향후 檢수사 불응도 도주 우려에 해당”

檢-朴 구속사유 공방

“구속 공범들과 형평성 고려”
“사실상 수사끝…불구속해야”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 실질심사에서 구속 수사 필요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그 혐의가 어느 정도로 소명됐는지도 주요 쟁점이지만, 전직 대통령을 구속해야 할 만큼의 ‘타당한 이유’가 있느냐가 영장 발부의 주요 쟁점이다. 검찰은 ‘그간 박 전 대통령의 태도에 비쳐 보면 구속하지 않을 경우 기소를 위해 향후 진행해야 하는 수사 및 재판에 불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변호인 측은 ‘수사가 사실상 종료됐는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통해 시비를 가리는 게 맞는다’고 반박했다.

◇증거인멸 우려 = 검찰은 “피의자(박 전 대통령)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공범 또는 관련자 대부분이 정치·법률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만큼 입을 맞추는 등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이미 탄핵 심판과 재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공모 관계에 있는 것으로 적시된 사람 중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경우가 있으며, 검찰 측 주장대로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면 애초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주의 우려=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지점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도주 우려에 대해 통상적인 ‘도망’의 염려가 아니라 그간의 태도를 근거로 ‘재판 및 수사에 불응할 것’이라는 점을 주요하게 들었다. 검찰은 또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범죄 혐의와 일부 대기업의 재단 출연금 성격 문제 등 수사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으므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구속 필요성에 대한 결론으로 ‘피의자의 태도’를 가장 먼저 들어 “피의자는 검찰 및 특별검사의 대면조사 요구를 수차례 거부한 바 있고, 헌재 탄핵 심판에도 끝내 불출석했다”며 “앞으로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출석을 거부할 우려 또한 매우 높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 측은 “삼성동 자택에 감금돼 있다시피 한 상태인데 어떻게 도주할 수가 있겠느냐”며 “사인 신분이 된 이후에는 검찰의 소환 조사에도 출석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가정적 상황을 근거로 구속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혐의의 중대성·형평성=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이미 구속된 공범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 구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 사실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물은 13명이고 이 중 11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에 비춰 범죄 행위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 있다는 이유로 구속된 공범들과 관련자들에 비하면 피의자의 책임과 비난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충분한 검찰 조사로 구속 기소된 사람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