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 대통령 영장심사>朴 vs 檢 ‘법리 대결’… 운명 가를 최대쟁점은 ‘뇌물혐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무죄”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떠나자 흥분한 지지자들이 바리케이드를 끌어내리려 하면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주장하는 진보단체 회원들이 30일 영장실질심사가 벌어지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檢,13개 혐의 객관적 입증 자신
최순실과 공모 삼성 뇌물 수수
문화예술 지원 배제 관여 부각

朴측 “뇌물죄 주장은 어불성설”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도 否認
재판 전초전서 조목조목 반박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마지막 분수령’이 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결국 가장 중대한 범죄 혐의인 뇌물수수를 법원이 수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 13개 혐의를 객관적 증거에 의해 입증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뇌물죄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에 날을 세우고 있다. 양측의 법리충돌은 ‘전초전’ 격인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시작으로 향후 법정에서도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뇌물죄 프레임’을 이어받아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와 공모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돕는 대가로 총 433억 원(실제 수수금액 298억 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승계를 위해 정부 도움이 필요한 이 부회장의 처지를 알고 최 씨와 뇌물을 받기로 공모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세 차례 독대에서 이 부회장은 승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뇌물죄 주장에 “어불성설”이라며 맞서고 있다. 특히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을 뇌물액에 포함한 것과 관련,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출연금을 빼돌린 사실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재단의 설립을 위해 낸 출연금’을 ‘뇌물을 주는 행위’로 규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고,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 부회장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 정황 등으로 볼 때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과 이에 따른 뇌물 합의가 애초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검찰 소환조사에서도 “내가 뇌물을 받으려고 대통령이 된 줄 아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죄 외에 박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인사 약 1만 명의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에 관여했는지도 쟁점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지원 배제를 지시했거나 관여한 혐의, 블랙리스트 실행에 소극적으로 임한 1급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3명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 체육계 감사에서 청와대 측 의중과 다른 보고서를 낸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의 사직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도록 한 혐의 등을 영장에 적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대기업들이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에 774억 원을 출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기밀 문건 유출 지시(공무상 비밀 누설), 개별 기업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등도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