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관수술 한센인 위자료 액수 재산정” 판결

국가로부터 강제 임신중절(낙태)이나 정관수술을 당한 한센인들에 대해 남녀 모두 1인당 2000만 원으로 정한 위자료 액수를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강모 씨 등 한센인 203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남녀 모두 1인당 2000만 원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제로 정관·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원심이 일률적으로 정한 위자료 액수에 대해 “재판부 재량을 넘어섰다”며 위자료 액수가 적다고 판단했다.

1심은 강제 정관수술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3000만 원씩, 낙태 피해자들에게 4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같은 사안 심리를 위해 직접 소록도를 방문하고 온 서울고법 민사30부(강영수 부장판사)의 판결 등을 고려해 남녀 모두 1인당 2000만 원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

1935년 일제강점기 때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강제 정관수술과 강제 낙태 제도는 1990년도까지 소록도를 비롯해 인천, 익산, 칠곡, 부산, 안동 등 내륙에 설치된 국립요양소와 정착촌에서도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07년 국무총리 산하에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사를 벌였고,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한센인피해사건법)’도 만들었다.

손기은 기자 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