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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31일(金)
이영훈 교수는… 운동권 출신으로 ‘위장취업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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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학당’ 초대 교장도 맡아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학 시절 운동권 학생이었다. 전태일의 분신 현장을 찾았고 교련 반대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위장취업도 했다. 대한민국 위장취업 1호다. 그는 “1971년 7∼8월에 두 달간 구로공단의 ‘노루표 페인트’ 공장에 들어갔었다”고 확인해 줬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유신정권이 위수령을 발동하면서 제적됐다. 앞서 그해 4월에는 대선에 나선 김대중(DJ) 후보를 위해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 부정선거 감시운동을 했다. DJ의 ‘대중 경제론’을 읽고 선거운동을 도운 것. 군 제대 후 복학했다가 뉴라이트 운동의 대부이자 스승인 안병직 교수의 권유로 대학원에 진학했고, 1984년 박사학위를 받는다.

한국 경제사와 조선 후기 농업사 실증 연구 등의 분야에서 독보적 성과를 쌓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 전 교수에게는 전설 같은 얘기도 들려온다.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된 조선 시대 사료를 몽땅 다 읽었다는 것. 이 얘기를 듣자 이 전 교수는 잠깐 웃더니, “좀 과장됐고, 자료를 보기 위해 어디든 간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약 150편의 논문을 썼는데 사례 연구 때 반드시 지방 곳곳의 현장을 찾는다. 차에 아예 복사기를 싣고 다니며 군청의 토지대장, 고문서를 복사하며 꼼꼼히 살핀다. 연구 과정에서 실증주의에 근거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역사를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료, 문서를 발견해 확인할 때는 말 못할 희열을 느낀다. 이 전 교수는 “지금까지 그런 경험을 대여섯 차례 정도 했는데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학자로서 계속 같은 길을 걷지 못했을 것”이라며 “친일파로 욕먹고, 학생들이 대자보를 써 붙이고 달걀을 던지는 소동에서도 내 마음이 편안했던 것은 사실의 이해 여부에 대해 오해 또는 잘못했거나 사과를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절한 것 아니냐는 말에는 다양한 지적 경험을 하지 못한 이들이나 할 얘기라고 못 박았다.

“과거에는 민족주의에 취해서 살았죠. 근대화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그 정신세계에서 벗어난 게 1980년대 후반이에요. 1977년부터 5년간 서당에 다니며 동양 정신문화를 이해했고, 공산주의 해체 시기에 다양한 글을 접하면서 공산주의가 얼마나 관료적이고 억압적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1990년대에는 근대를 창출한 사회주의자와 경제학자들의 서적을 읽었어요. 나 스스로가 빈약한 교육 환경의 피해자인 셈인데, 운 좋게 대학교수가 돼서 공부하는 직업을 택하고 보니, 비로소 근대가 무엇인가를 알고 원전을 읽기 시작한 것이죠. 선진국 일류 대학에서는 대학 초년에 읽을 고전인 ‘국부론’도 나이 50이 넘어서야 처음 읽었습니다. 지체된 지성을 가진 셈인데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변절했다고 하는 이들은 아직도 그런 지적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임이 분명하죠.”

그는 1978년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연구자로서는 철저하게 인생을 살았다고 자긍심을 표출했다. 인터뷰하던 날도 조선 정조∼고종 시기 궐내 소주방(燒廚房)을 위한 물자 구매 기록인 ‘명례궁상하책(明禮宮上下冊)’을 돋보기로 살펴보고 있었다. 19세기 한국 물가사에 대한 책을 쓰는 데 필요한 연구자료로, 내년 중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그동안 했던 역사 강의를 토대로 한 대중적 역사서인 ‘환상의 나라’를 펴낼 계획이다.

이 전 교수는 지난해 사단법인 자유통일문화원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기억하고 배우기 위해 만든 교육기관인 ‘이승만 학당’의 초대 교장도 맡고 있다. 이 전 교수는 “우리 역사상 대통령 직선제를 처음 제안했고 제도화한 이가 탁월한 국제감각의 소유자이기도 했던 이 전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연구가로, 역사의식 선진화를 위한 사회운동가로 두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퇴임 이후의 삶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1951년 대구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석사·박사 △한신대 경제학과, 성균관대 경제학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사학회 회장 △한국고문서학회 회장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현) △하성학술상, 청람상, 경암학술상, 시장경제대상, 자유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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