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캄보디아의 모유 禁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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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현철한 우리 아내 인심으로 생각하나, 눈 어두운 나를 본들, 어미 없는 어린 것이 이 아니 불쌍하오? 댁 집 귀한 아기 먹고 남은 젖 있거든,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심청전에서 심봉사가 태어난 지 칠일 만에 엄마를 잃은 심청을 안고 동네를 다니며 호소하는 대목이다. 분유와 같은 모유 대체식품이 없던 시절, 젖동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도 모유 수요(需要)는 여전하다. 모유 수유를 오래 할수록 IQ가 높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적어도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동냥에서 거래로 바뀌고 있다.

현재 미국 인터넷에서는 모유가 30㎖당 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위생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흔히 모유를 용기에 담아 얼린 뒤 보내는데, 모유가 녹으면서 박테리아가 번식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거래 모유의 90% 이상에서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간염·매독·에이즈 환자가 모유를 판매하다가 발각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계 기업 암브로시아(‘신의 음식’이란 뜻)가 2015년 캄보디아 여성들의 모유를 동결과 저온 살균 과정을 거쳐 들여와 미국에 파는 사업을 벌여 번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캄보디아 정부가 지난 28일 모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모유의 상업적 거래는 장기 밀매와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특히 빈곤국가에서의 모유 거래는 가난하고 취약한 여성들에 대한 착취라는 서구 여성인권 단체들의 항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모유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캄보디아 여성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번 금수(禁輸) 조치로 쓰레기더미를 뒤져 목숨을 연명할 수밖에 없게 됐으며, 그동안 모유 회사가 제공하던 무료 건강검진도 중단됐다는 것이다.

한국도 모유 거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터넷에서 냉동 모유가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는데, 모유에 영양소가 풍부해 성인 건강에 도움되거나 운동 후 회복 효과가 크다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부 성인 남성 사이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생(生) 모유 판매’ 광고마저 등장하고 있다. 이제 모유 판매에 대한 사회적·법률적 논의가 필요하다. 더 이상 음지에서 쉬쉬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