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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3일(月)
韓中관계 ‘거품’ 뺄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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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국제부장

미국의 대(對)중국 접근법이 바뀌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법대 출신답게 중국과의 합리적 협상을 중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밀어붙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중 양국은 오바마 임기 첫해인 2009년 미·중 전략경제대화(SED)를 시작, 매년 워싱턴과 베이징(北京)을 오가며 장관급 협의를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합의를 위반해 미국 국익을 훼손해 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그런 잘못된 버릇을 바로잡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변화는 북핵 문제 접근법 변화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자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풀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 “중국이 평양을 압박하지 않으면 미국 혼자서라도 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대북 제재를 해 북한의 태도를 바꾸려 해도 중국이 ‘거대한 구멍’이 되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31일 북한의 석탄 수출 기업인 백설무역과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외화벌이 실무책임자 11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고, 앞서 중국 통신기업 ZTE에 천문학적 벌금을 물리면서 화웨이가 다음 대상이라고 경고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오는 6∼7일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변화된 접근법을 공개적으로 적용하는 시험대다. 이미 양측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아주 어려운 자리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혀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혈투도 예상된다. 이미 워싱턴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제거에서 북한 붕괴 유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은 역대 행정부에서도 검토됐던 것들이다. 중국을 설득하는 게 어렵고, 동맹국인 한국 피해가 클 수 있어 실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 의회 및 싱크탱크 여론은 김정은의 핵 도발을 멈출 최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수렴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접근법 전환은 미국이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이래 지속적으로 견지해온 대중관여(engagement) 정책의 폐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칼자루를 쥔 쪽은 미국이다. 동원할 카드도 남중국해 영유권, 통상, 사이버해킹, 환율 조작 등 수두룩하다. 중국은 여전히 아쉬운 게 많다. 북핵 해결이 이롭다고 판단하면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전략적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중국이 움직이도록, 트럼프식 해법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국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한반도 정세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이런 만큼 우리도 기존의 중국 접근법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됐다. 1992년 수교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모두 대중 협력이 북핵 해결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톈안먼(天安門) 망루에까지 오르며 친중 행보를 했다. 한·중관계는 외형상 우호선린관계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로 승격됐다. 실제로 그런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묵인하고 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때도 사실상 북한 편을 들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 무차별 보복을 부추기고 있다.

과연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북핵 해결의 협력자인가? 중국이 한반도 통일과정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도발을 부추기고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하는 패권 추구 국가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기 정부가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 역할론을 펴면서 사드 배치 유보 등을 주장한다면 한·미 동맹은 파국으로 접어들 것이고,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조공국이란 비아냥을 받게 될 것이다. 최근 사드 파문으로 한·중 관계의 거품이 빠지는 것은, 당장 관광업계 등 직접 관련된 분야는 힘들겠지만 긴 안목에서 볼 때 차라리 잘된 일이다. ‘8억 인과의 대화’ 세대의 막연한 ‘친중반미(親中反美) 짝사랑’도 차제에 청산될 수 있다. 미·중 관계 틀이 변하는 만큼 한·중 관계도 재조정돼야 한다. 구한말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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