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7.24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후여담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3일(月)
서정주 시인 ‘自畵像’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종호 논설위원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 시인이 1936년 등단 뒤 1941년 펴낸 첫 시집 ‘화사집(花蛇集)’에 담았던 ‘자화상(自畵像)’ 한 대목이다. 마지막은 이렇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그의 절창(絶唱)은 이 밖에도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어이할거나/ 아 나는 어이할거나/ 남몰래 혼자 사랑을 가졌어라’ 하는 ‘신록(新綠)’도,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다시 오진 못 하는 파촉(巴蜀) 삼만리’하는 ‘귀촉도(歸蜀途)’도 그중 일부다.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하는 시 ‘동천(冬天)’도,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넌출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하는 시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푸르른 날’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학(鶴)’ ‘질마재 신화’ ‘국화 옆에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등도 ‘영원한 문학청년’ ‘당대 최고의 문장가’ ‘한국인의 고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인’ ‘한국 대표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미당전집간행위원회는 그가 남긴 산문(散文) 대부분을 모은 책 ‘떠돌이의 글’ ‘안 잊히는 사람들’ ‘풍류의 시간’ ‘나의 시’ 등 4권을 최근 발간했다. 시 ‘동천’은 마흔 넘어 한 여인에게 품었던 연정(戀情)을 승화한 것이라고 진솔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20권으로 계획된 전집 중에 아직 나오지 않은 9권도 오래지 않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의 부끄러운 실상엔 눈을 감은 채 위선(僞善)을 일삼는 권력층과 지식인이 널려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그의 걸작 중 하나인 ‘자화상’을 새삼 많은 사람이 되새기기도 기대하면서.
[ 많이 본 기사 ]
▶ “‘성범죄 대리합의’ 거부 여군 소령에 보복인사”
▶ 박지현, ‘숨막히는 뒤태’
▶ 무슬림 ‘미스월드 호주’ 탄생에 “바꿔라” 항의 쇄도
▶ 법인세 76% 내는 ‘1%’에 또 표적증세
▶ 美 ‘48조 슈퍼 핵 항모’ 취역식…트럼프 “미국의 힘, 세계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3사관학교, 징계·교수보직 해임 시도…시민단체 “제2의 피우진 사건…즉각 중단” 육군3사관학교가 상사의 ‘성범죄 대리합의’ 지시를 거부..
mark美 ‘48조 슈퍼 핵 항모’ 취역식…트럼프 “미국의 힘, 세계..
mark하늘에서 얼린 돼지고기 ‘우수수’…가정 집 지붕에 구멍..
‘세기의 결혼’에서 ‘이혼 조정’까지…최태원·노..
혁신위 임명식서 ‘매국노’ 고성…洪 “괘념 말라..
‘脫원전’ 答 정해놓고서 공론화위는 무슨? …‘무..
line
special news 무슬림 ‘미스월드 호주’ 탄생에 “바꿔라” 항..
보스니아계 여성 “부정적으로 살기에 인생 짧아” 응수최근 ‘미스 월드 호주’에 선발된 보스니..

line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에 김지형 전 대법..
법인세 76% 내는 ‘1%’에 또 표적증세
국정원 ‘대공수사 기능 폐지 방침’ 논란
photo_news
빅브라더 끝판…中, 개인정보·AI로 범죄예측 추진
photo_news
경련 유발 부위 찾으려 7시간 기타 치며 뇌수술 받아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72) 57장 갑남을녀 - 5
illust
[인터넷 유머]
mark초·중복을 무사히 넘긴 견공들의..
mark어느 식당에 간 회장
topnew_title
number “여고생 수십명 상습 추행”…교사 2명 구속..
“검사·형사 드라마 또?… 지겨워”
보편요금제, 사실상 정부가 ‘통신료 결정권’..
“수업시간 정치토론 허용”… 찬반 논란 클듯
오븐같은 짐칸에서… 질식사한 ‘아메리칸 드..
hot_photo
배우 서유정 “신랑 될 사람이에요..
hot_photo
‘부상 투혼’ 김정숙 여사, 밴드 묶..
hot_photo
“결혼전제로 만나 협박·폭언에 시..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